野 "엄기영 사퇴, 방송길들이기"…靑 "아는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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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엄기영 사퇴, 방송길들이기"…靑 "아는 바 없다"
  • 서태석 기자
  • 승인 2009.12.09 16: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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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엄기영·임원 전원사표, 노조 반발
엄기영 강원도지사 출마 가능성도 제기

▲ /사진=제휴사 뉴시스
[매일일보=서태석 기자] MBC 엄기영 사장과 김세영 부사장 등 임원 8명이 사직서를 냈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는 사장, 부사장과 이사 전원, 감사가 지난 7일 김우룡 방문진 이사장에게 사표를 제출했다고 9일 전했다.

방문진 차기완 이사는 “재신임을 묻기 위해 사직서를 쓴 것”이라며 “내일 이사회에 상정해 사표 수리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야권은 이와 관련, 정권의 방송 길들이기의 일환이라고 비난하며 사표를 반려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요구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민주당 위원들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임기가 남은 공영방송 경영진이 또 다시 정권의 강압에 의해 사표를 제출하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벌어졌다"고 맹비난했다.

이들은 "4대강과 세종시 등 국정현안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줄어들지 않자, 그 책임을 (비판 프로그램을 제작한) MBC의 경영진 탓으로 돌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며 "이명박 정권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는 사표와 재신임을 볼모 삼아 MBC를 길들일 수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김우룡 방문진 이사장은 취임 이후 일관되게 MBC에 대해 부당한 내정간섭을 해왔다"며 "이번 사건도 사실상 '사퇴협박장'을 던진 오만한 행태"라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우 대변인은 "김 이사장과 여당 이사장이 말하는 '뉴MBC플랜'과 '신뢰받은 공영방송'이란, 공영방송을 정권의 손아귀에 넣으려는 속임수이자 노조무력화 시도에 불과하다"며 "김 이사장은 MBC점령작전을 포기하고 MBC를 국민의 방송으로 돌려놓기 바란다"고 날을 세웠다.

창조한국당 이용경 의원은 "김 이사장이야말로 권한남용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개인의 가치관과 철학을 MBC의 경영방향으로 삼으려 한다면 이것이야말로 공영방송을 농락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방문진은 국민을 대리해 공영방송을 감독하라는 것이지, 이사 개개인의 철학과 이념의 구현하는 곳이 아니다"며 "마치 MBC의 주인인냥 행세한다면 국민들은 더 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진보신당 김종철 대변인은 "'뉴MBC플랜' 이행평가 결과가 공영방송 사장의 진퇴를 결정하는 잣대가 될 수 없다는 MBC노조의 입장은 지극히 당연하다"며 "이사회가 또 다시 경영진을 흔들고 나선다면 MBC구성원들뿐만 아니라 공영방송의 미래를 염려하는 국민의 거센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임을 각오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친박연대 전지명 대변인도 논평에서 "MBC가 그동안 'PD수첩'의 광우병 보도나 신경민 전 앵커의 클로징 멘트 등에 있어 정치적 편향성을 지적받기도 했지만 이런 분위기 탓에 엄기영 사장을 비롯한 임원진이 사표를 제출한 것이라면 이번 사태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MBC 노동조합도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이날 “엄 사장의 사직서가 방문진 김우룡 이사장이 사퇴 압박발언을 한 그 주에 제출됐다”는 점을 특기하며 “본부장들의 일괄 사표제출은 방문진의 MBC 직할 통치 야욕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MBC노조에 따르면, 방문진 김우룡 이사장은 “뉴 MBC 플랜의 성과가 적다. 가시적 성과가 없으면 스스로 그만두겠다고 했으니 엄 사장 스스로 검토하라”며 엄 사장을 압박했다. “앞으로 일부 본부장들은 볼 수 없을 것 같다”는 경질 의사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MBC노조는 “엄기영 사장은 왜 본부장들의 사표를 받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김우룡 이사장의 충성 요구에 화답하기 위해서인가, 혹 자리 보전을 위해서라면 방문진 직할통치를 용인할 수 있다는 뜻인가?”라고 따졌다.

반면, 방문진 차기완 이사는 “재신임을 묻기 위해 사직서를 쓴 것이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없다”면서 “내일 이사회에 상정해 사표 수리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청와대는 엄기영 사장을 비롯한 8명의 MBC 경영진이 방송문화진흥회 김우룡 이사장에게 일괄 사표를 제출한 것과 관련, 9일 "아는 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가진 정례브리핑에서 기자들로부터 "MBC 사장 등 임원진이 일괄사표를 제출했는데, 공식입장을 밝혀달라"는 질문을 받고 "아는 바 없다"며 "따로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엄기영 MBC 사장의 강원도지사 출마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엄기영 사장이 지난 달 말쯤 주변인들에게 도지사 출마 의견을 밝힌 것으로 전해지면서 명분과 시기의 문제만 남은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는데 실제 강원도내 정치권을 중심으로 엄 사장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평창초교 출신인 엄사장은 1994년 영월·평창 보궐선거를 시작으로 도지사 출마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내년 지선을 앞두고 인물난을 겪고 있는 민주당은 그간 엄사장 영입을 위해 여러 방면으로 공을 들이고 있다. 이는 내년 도지사 선거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20여명 가운데 엄 사장만한 '빅 카드'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엄기영 사장이 지난달 말쯤 평소 친분이 있는 인사들에게 '살아가는 모든 것의 정점에 정치가 있다. 도지사 선거에 나갈 의향이 있다. 하지만 불러주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져 사직서 제출에 앞서 향후 행보를 깊이 고민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그간 정치계 진출은 절대 불가라는 입장이 워낙 분명해 영입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엄기영 사장의 도지사 후보 카드는 선거판을 뒤엎을 만한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은 내년 지선에 나설 도지사 후보로 권오규 전 경제부총리를 비롯 이광재 의원, 엄기영 MBC사장 등 4~5명을 대상으로 당 차원에서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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