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정부의 ‘형평성’과 ‘신뢰 보호’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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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정부의 ‘형평성’과 ‘신뢰 보호’란?
  • 강수지 기자
  • 승인 2014.07.27 13: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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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강수지 기자] 정부가 ‘신뢰 보호’를 들먹이며 부자의 금고는 지켜주는 반면 ‘형평성’을 이유로 서민들의 주머니는 외면하고 있다.

▲ 경제부 강수지 기자
지난해 연금저축보험에 가입한 대학원생 A씨는 최근 연금저축의 공제 혜택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당시 A씨가 가입한 보험은 연간납입액 400만원 한도 내에서 최대 150만원을 소득공제 받을 수 있다며 ‘13월의 보너스’라고 강조됐던 상품이었다. 그런데 그 혜택이 소득공제 대신 연간납입액의 12%가 세액공제 되는 것으로 변경된 것이다. 지난해 8월 세제개편으로 바뀐 세법이 소급적용 돼 그 이전에 가입했던 C씨도 이 같이 줄어든 공제혜택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반면 비슷한 연금 상품인 즉시연금보험의 경우에는 지난해 2월 세제개편으로 비과세 혜택이 2억원 이하로 줄었지만 기존에 이미 가입돼 있던 고객들에게는 소급적용이 되지 않았다.

연금저축은 소득공제 혜택을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노후대비 금융상품으로 이 같은 혜택 때문에 일반 소비자들, 특히 서민층에서 많이 가입하고 있는 상품이다.
 
하지만 즉시연금은 목돈을 맡기면 한 달 뒤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상품으로 비과세 혜택과 상속세 절세 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어 연금저축과 달리 주로 고액자산가들이 가입을 했다. 이 때문에 부자들이 세금회피용으로 즉시연금을 악용하는 사례가 많았으며, 지난해 비과세 혜택이 줄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자들의 노후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이처럼 같은 연금성 상품인데도 불구하고 기획재정부는 개편된 세법의 소급적용 문제를 놓고 부자와 서민들에게 서로 다른 잣대를 들이대고 있었다.

서민들이 가입하는 연금저축은 ‘형평성’을 이유로 소급적용해 공제 혜택을 줄였으며, 부자들이 가입하는 즉시연금에는 ‘신뢰 보호’를 이유로 그렇게 하지 않아 미리 가입한 일부 부자들의 금고를 지켜주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 24일 정부는 오는 9월 사적연금의 세액공제 한도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형평성’과 ‘신뢰 보호’ 둘 다 중요하지만 정작 혜택이 필요한 이들이 누구인지를 먼저 생각해 법을 마련, 적용할 수 있는 대한민국 정부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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