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주년 기획]‘외국인’ ‘대형주’ 쏠림현상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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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8주년 기획]‘외국인’ ‘대형주’ 쏠림현상 심화
  • 배나은 기자
  • 승인 2014.06.18 0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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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양극화 문제 방치...안정성에 심각한 위협”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지난 한 해 유래 없는 혹한의 시기를 보내온 우리 증시는 기대와 우려 속에 현재 도약의 기로에 서 있다. 이에 <매일일보>는 주식시장을 둘러싼 대내외 현황을 살펴보고, 안정적 도약을 위한 조건에 대해 조명해 보고자 한다.

전문가들은 최근 증시에서 투자자와 투자자금이 이탈하는 원인으로 박스권의 장기화와 ‘묻지마식’ 테마주 매매 관행으로 인한 투자 실패를 꼽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외국인 투자자와 대형주에 대한 쏠림 현상 같은 국내 증시의 고질적 문제점이 침체된 증시의 부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올 들어 외국인의 국내 상장주식 보유 규모는 사상 처음으로 70억주를 돌파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코스닥, 코넥스시장에서 외국인이 보유한 상장주식 규모는 지난 4월 30일 기준 70억2500만주에 달했다. 이는 전체 상장주식 566억1546만주의 12.41%에 달하는 수치다.

외국인 보유량은 지난 2001년 처음으로 30억주를 돌파한 이래 2003년 60억주를 넘어섰다. 이후 외국인 지분률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감소세로 돌아섰으나 2010년 다시 60억주를 회복한 바 있다.

시가총액 기준 외국인 보유지분 비중은 지난해 12월 기준 33%대를 기록했으나 최근 코스닥시장 중심으로 중소형주 중심의 매수 기조가 이어짐에 따라 지난 4월 말에는 32.54%로 소폭 감소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내 주식시장은 외국인 매매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실제 지난 2011년 그리스 재정 파탄 위기가 유럽 전체로 퍼져나가면서 전세계 증시가 추락을 시작할 무렵, 외국인 자본은 한국증시에서 사흘간 1조2000억원을 빼내며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 이에 코스피는 그해 연중 최저점인 1652까지 급락했다.

올해 1월에도 미국이 긴축정책 기조 선언에도 외국인은 한국에서 사흘 만에 무려 1조3000억원의 자금을 빼내 코스피 1900선을 붕괴시키기도 했다.

‘외인천하’ 상태는 주식시장 거래 활성화에도 실이 된다는 지적도 있다. 거래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관이나 개인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는데 현 주식시장은 외국인이 매입하면 기관과 개인은 매도, 반대로 매도하면 매수만 하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주가지수가 강하게 상승하기 어렵다.

올해의 경우 코스피 지수는 3월 중순까지만 해도 1900선을 돌파하지 못했으나 3월 말 부터 외국인의 매수세가 이어짐에 따라 4월 10일 2000선을 넘겼다. 지수는 이후 다시 1900선으로 하락했으나 5월 중순 이후 지속된 외인 매수세에 힘입어 다시 2000선을 돌파했다. 현재 박스권 돌파도 유럽 등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에 달려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대형주의 쏠림현상도 심각한 수준이다.

17일 종가기준 삼성그룹 24개 상장사(우선주 포함)의 시가총액이 증시의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52%에 달한다. 여기에 삼성SDS와 삼성에버랜드가 증시에 상장할 경우 향후 삼성그룹 상장사가 증시의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그룹이 국내 증시 3분의 1을 차지하는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그 뒤를 이어 12.79%의 비중을 나타냈다.

시총 상위 20개사를 종목별로 살펴봐도 1위 삼성전자가 16.72%, 2위 현대차가 4.17%를 차지해 1, 2위 자리를 고수했다.

이에 대해 엄철준, 이우백, 박종원 교수는 한국증권학회에 발표한 ‘한국주식시장의 규모효과에 대한 재검증’ 논문에서 “우리 주식시장에서는 외환위기 이후인 2000년 이후 소규모 기업의 프리미엄은 사라지고 반대로 대규모기업 프리미엄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처럼 한국증시의 양극화가 심화된 원인으로는 MB정권이 고환율정책과 관세혜택으로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수출기업들에 혜택을 몰아준 것에 따른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내 경제에서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는 ‘쏠림’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한국증시를 왜곡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삼성을 비롯한 상위 기업 몇몇 기업의 영향력이 강화되면서 발생한 주식시장의 양극화 문제를 방치할 경우 상위 기업이 흔들리는 상황이 왔을 때 주식시장의 안정성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 있다”며 “금융·정책적 중소기업 지원을 통해 리스크를 분산시키려는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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