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8주년기획]가중되는 금융사 종사자 ‘퇴출’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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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8주년기획]가중되는 금융사 종사자 ‘퇴출’ 압박
  • 강수지 기자
  • 승인 2014.06.17 1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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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구조조정 어디까지②
[매일일보 강수지 기자]

희망퇴직으로 여의도 떠나는 증권맨들
인력 감축, 생보업계 ‘빅3’도 피하지 못했다
은행·카드업계는 언제까지 안전할 수 있을까

지난해부터 금융권에 불어온 희망퇴직 바람이 지난 5월부터 칼바람으로 바뀌었다. 증권과 보험, 은행, 카드 등 예외는 없다.
증권의 경우 이 같은 인력 감축현상은 증시 침체에 따른 수익성 악화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상장주식의 하루 평균 거래액은 지난 2011년 9조1000억원에서 지난해 5조8000억원으로 줄었다.
보험의 경우에는 생명보험업계가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데 이는 계속된 저금리에 따른 운용수익 축소와 보장성 보험금 지급에 대한 큰 부담이 그 배경이다.
금융업계에서는 은행과 카드의 경우에는 증권과 보험에 비해 상대적으로 희망퇴직의 압박이 약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위축된 소비와 금융시장 환경 등은 이들 업계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분석이다.
현재 6월 중순이 넘어가며 무더운 여름 날씨가 지속되고 있다. 반면 금융권에는 아직도 한겨울의 칼바람이 몰아치고 있는 중이다.

▲ 최대 불황을 겪고 있는 증권업계에서 1500여명에 이르는 증권맨들이 올해 회사를 떠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1년 말 이후 증권사를 떠난 증권맨 수는 총 5000명을 웃도는 것으로 분석된다. 사진=연합뉴스

증권과 보험, 은행, 카드업계는 지금 희망퇴직을 이용한 인력 감축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증권업계의 경우 지난해 회계연도(2013년 4~12월) 결산 결과, 국내 62개 증권사 중 적자 증권사는 28곳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실제 증권사를 방문, 거래하는 고객은 1%가량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증권업계는 인력뿐만 아니라 점포도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생명보험사의 경우에는 ‘빅3’로 불리는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마저도 지속된 저금리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돼 희망퇴직을 접수받고 있다.

이같이 칼바람이 불고 있는 금융권의 분위기에 따라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은행과 카드업계는 긴장을 풀지 못 하고 있다.

고사 위기 금융투자업계…희망퇴직 칼바람

17일 증권사의 인력 감축 구조조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삼성증권은 지난달 임원 6명을 감축하고 임원 경비 35%를 삭감, 임원의 비행기 이코노미석 탑승 의무화 등을 포함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종전 95개 소매부문 점포를 72개로 통폐합하고 리테일권역도 12개에서 10개로 줄인다는 조직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우리투자증권의 경우에는 희망퇴직을 통해 412명이 회사를 떠나게 돼 회사 직원 7명 중 1명이 관두는 꼴이 됐다. 전체 직원 수는 2973명이다.

▲ 곧 합병하게 될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에서는 각각 412명과 196명의 직원이 희망퇴직에 동참해 총 608명이 회사를 떠나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우리투자증권과 합병하는 NH농협증권은 전체 직원 858명의 23% 수준인 196명이 희망퇴직에 동참했다. 정규직 직원 690명과 비교해 보면 28%에 달한다. 이로 인해 합병을 앞둔 두 회사에서는 총 608명이 회사를 떠나게 된다. 또 합병 증권사의 직원은 3200여명으로 증권업계에서 가장 직원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대우증권(3091명)보다 많아질 예정이다. 아울러 NH농협증권은 희망퇴직자 중 원하는 직원에 따라 투자권유대행인(영업전문직)으로 등록해 근무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한화투자증권의 경우는 지난해 말 희망퇴직을 통해 350명을 감원했다.

교보증권은 이미 지난해 6개 지점을 자산관리 전문 점포로 바꿔 다른 지점에 통합했지만 올해에도 10개 지점을 폐쇄할 예정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전국 19개 지점을 5개의 초대형 점포로 개편하고 있는데, 동부증권도 종전보다 2개 줄어든 42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또 현대증권도 리서치센터 조직과 인원을 축소했다.

동양증권은 희망퇴직으로 직원 600여명을 감축하는 것뿐만 아니라 급여도 삭감할 방침이다. 임원은 50%, 팀·점장 30%, 차·부장 25%, 과장 이하는 20%가 삭감될 예정이다.

대신증권의 경우에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한다. 지점 8개는 다른 지점과 통합했으며, 전체 직원(2054명)의 약 15%인 302명은 퇴직하기로 최종 결정됐다. 회망퇴직은 대리급 이상은 근속연수 5년 이상, 사원급은 8년 이상의 직원이 대상이다. 희망퇴직자들은 근속연수에 따라 10∼24개월치 급여를 지급받고, 20년 이상 1급 부장급 사원이라면 최고 2억5000만원을 받게 된다.

교보생명 12년 만에 대규모 인원 감축

생보업계의 경우에는 ‘빅3’ 중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생명이 총 1000여명에 해당하는 인력을 감축한 바 있다. 방법은 전직지원과 희망퇴직, 자회사 이동 등으로 500여명의 인원이 자회사 삼성생명서비스로 이동했다.

한화생명은 인력 감축을 위한 이번 희망퇴직이 5년 만이다. 전직 지원 프로그램과 희망퇴직 등을 통해 한화생명은 지난해 말 기준 4738명에 해당했던 전체 직원의 6.3% 수준인 300여명을 감축했다.

업계 3위 교보생명의 경우에는 매년 입사 15년차와 20년차 직원을 상대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40∼50여명의 인력을 줄여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15년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총 480명의 희망퇴직자가 확정됐다. 이 같은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은 지난 2002년 이후 12년 만이다.

이와 함께 교보생명은 이번에 ‘창업휴직제도’를 처음 도입했는데 직원 100여명이 접수를 했다. 창업휴직제도는 이번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일단 휴직을 하고, 창업을 시도한 뒤 여의치 않으면 회사로 복귀할 수 있는 제도다. 이들이 신청한 창업휴직제도는 6개월·1년·2년 등 휴직 기간을 선택해 휴직할 수 있으며, 해당 기간이 끝나면 희망퇴직 신청도 가능하다.

생보사의 한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가 계속돼 과거 고정금리로 판매한 저축성 상품의 보험금 지급이 상당한 부담이 된다”면서 “대형 생보사들이 구조조정에 나선 만큼 중·소형사들도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은행과 카드업계를 살펴보면 증권과 보험업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력 감축에 따른 구조조정으로부터 자유로운 편이다.

금융업계에서는 “은행의 경우 과거보다 수익성은 악화됐으나 아직은 흑자”라는 판단이다.

▲ 씨티은행 노사가 지점 폐쇄를 놓고 갈등을 빚는 가운데 노조가 “은행의 일방적인 희망퇴직 시행을 중단해 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이 기각됐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씨티은행은 전체 190개의 지점 3분의 1에 해당하는 56개의 지점을 다른 지점으로 통폐합하며, 희망퇴직 신청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 업계에서는 “씨티은행이 지난해 순익이 2191억원으로 지난 2012년보다 8.1% 줄었으며, 올해 1분기 순익도 지난해 동기 대비 36.9% 감소한 361억원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씨티은행의 이 같은 상황과 관련, 전국금융산업노조 한국씨티은행지부는 “은행의 일방적인 희망퇴직 시행을 중단해 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조영철 수석부장판사)는 씨티은행 노조가 사측을 상대로 낸 희망퇴직 실시 금지 가처분 신청을 17일 기각했다.

현재 씨티은행의 희망퇴직에 접수한 직원은 전체의 15%인 700여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카드업계도 지난해 12월 신한카드를 제외하고는 은행업계와 같이 인력 감축에 따른 구조조정에 대해 적극적인 논의를 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신한카드는 90여명에 해당하는 직원들에게 희망퇴직을 단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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