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주년 기획]증시 박스권 돌파 ‘기대 반’ ‘불안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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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8주년 기획]증시 박스권 돌파 ‘기대 반’ ‘불안 반’
  • 배나은 기자
  • 승인 2014.06.17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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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지난 한 해 유래 없는 혹한의 시기를 보내온 우리 증시는 기대와 우려 속에 현재 도약의 기로에 서 있다. 이에 <매일일보>는 주식시장을 둘러싼 대내외 현황을 살펴보고, 안정적 도약을 위한 조건에 대해 조명해 보고자 한다.

서머랠리에 대한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증시의 박스권 돌파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실제 글로벌 경기 개선 양상과 외국인 투자 자금의 지속적 유입에도 불구하고 최근 코스피 지수는 1900~2000선 초반의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코스피 지수의 등락 원인으로 쏟아지는 펀드 환매물량을 꼽고 있다. 1900선 밑에서는 매수가 유입되다가 2000선 위로 올라가게 되면 차익실현을 위한 펀드 환매물량이 쏟아지면서 지수를 끌어내리는 상황이 되풀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원화 강세가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짐에 따라 환율 불안에 따른 국내 증시의 변동성에 대한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의 사례 분석 결과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2% 이상 급락할 경우 코스피 상장사의 연간 순이익은 평균 2∼3% 이상 줄어든다.

이번 원화 강세가 지속성을 띌 것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루자 기업 실적 전망과 목표주가를 낮추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기아차의 올해와 내년 이익 추정치를 종전보다 3.7%, 3.5% 하향 조정하고 목표주가도 7만5000원에서 6만8000원으로 내렸다. 대신증권은 디스플레이 업종에 대해 “2분기 패널가격 상승폭은 원화 강세 리스크를 극복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원화강세는 환차익을 노린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을 사게 만드는 유인으로 작용해 코스피가 오히려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글로벌 훈풍이 더해져 외국인의 ‘사자’ 행진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 ECB(유럽중앙은행)의 완화된 경기부양책과 최근 중국의 경기지표 개선 등으로 국내 증시에 서머랠리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제시되고 있다.

김성환 부국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의 수급 부담을 초래할 가능성이 농후했던 중국 A주 MSCI 편입도 보류돼 불확실성 범위를 벗어났다”며 “우호적인 대외 환경을 바탕으로 외국인 순매수는 장기화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김윤서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ECB의 명확한 경기부양적 통화정책과 인플레이션을 자극하지 않는 수준의 글로벌 경기회복 강도 등으로 최근 유럽계 자금이 되돌아 올 수 있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고 주장했다.

펀드환매물량의 여력 감소로 펀드환매가 둔화될 것이라는 기대 섞인 분석도 연이어 나오고 있다.

김지운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011년 이후 국내 주식형 펀드에 유입된 자금에 주목했다. 2011년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던 주식형 펀드에 재차 자금이 유입되며 방향성이 전환된 시기다.

국내 주식형펀드의 순자산은 2011년 1월28일 60조8000억원을 저점으로 이후 12개월 동안 12조5000억원이 증가했다. 하지만 미국 신용 강등 등 연달아 불거지는 글로벌 악재에 지수가 상승하지 못하면서 펀드 환매가 이어져 순자산이 감소했다.

김 연구원은 “2011년 이후 유입된 자산 중 현재까지 11조5000억원이 감소해 1조원 가량이 남았다”며 “지금과 유사한 속도로 펀드 환매가 일어난다면 6월 중 주식형 펀드의 환매는 둔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침체된 증시의 재도약에 대한 불안과 기대가 공존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주식투자는 정체현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일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2013년 주식투자인구와 주식보유현황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식투자자수는 거래 부진에도 불구하고 총 507만6000명으로 지난해보다 약 6만1000명(1.2%) 증가했다. 그러나 경제활동 인구수가 지난해보다 59만7000명(2.37%) 늘어난 것에 비해서는 주식투자자수는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경제활동인구대비 주식투자자 비중은 19.7%에서 19.5%로 감소했다.

투자자금도 줄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1년 6조8600억원을 넘었던 유가증권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은 2012년 4조8200억원으로 감소한 후 지난해 3조9900억원으로 줄었다. 올해 연초 이후 일평균 거래대금은 3조7300억원으로 더욱 감소했다.

여기에 신용융자 잔고는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용융자는 개인 투자자들이 향후 주가가 오를 것을 기대해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산 뒤 아직 갚지 않은 주식의 수나 금액을 뜻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융자 잔액은 3일 기준 4조9239억원으로 지난해 말 4조1918억원에 비해 17.4%(7321억원) 늘어났다.

시장별로는 코스피시장 신용융자 잔액이 2조5270억원, 코스닥시장은 2조3696억원이었다. 특히 코스닥은 지난해 말(1조8921억원) 이후 이날까지 26.6%(5048억원)나 불었다. 코스피는 같은 기간 2조2996억원에서 2조5270억원으로 9.8%(2274억원) 늘었다.

이에 증시 전문가들은 하락장이 형성되면 신용잔고 수량이 높은 종목을 보유한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거나 돈을 무리해서 빌린 개미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또 신용잔고는 통상 단기 차익 실현을 위한 용도인 만큼 주가가 하락 국면으로 돌아설 경우 지수의 추가하락을 부채질 할 수도 있다.

여기에 주요 민관 경제연구원장들이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을 추가로 하향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전반적인 경기인식이 부정적으로 바뀐 만큼 뚜렷한 회복 신호가 없다면 결국 강세장을 기대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준경 원장,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이일형 원장, 금융연구원 윤창현 원장, 한국경제학회 김정식 회장, 한국경제연구원 권태신 원장, 현대경제연구원 하태형 원장, LG경제연구원 김주형 원장 등 주요 7대 경제연구원장 전문가들은 소득 감소 및 양극화, 기대수명 증가, 가계부채, 교육·주거비 부담, 부동산 등 자산소득 감소, 투자 불확실성 등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하반기 한국 경제가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경기인식도 8개월 만에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금통위는 지난해 11월부터 ‘경기가 추세치를 따라 회복세를 지속한다’는 문구를 유지했으나 지난 12일 열린 금통위 본회의 직후 배포한 통화정책방향에서 이러한 문구를 삭제한 후 ‘회복세가 주춤한다’는 문구를 새롭게 넣었다.

이에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이 내정되면서 경기 부양책 기대감이 일부 살아났지만 경기회복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증시에 상당한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불안한 요인들이 여전히 남아있는 만큼 성급한 기대는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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