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선거 끝나니 ‘안전’은 ‘뒷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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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선거 끝나니 ‘안전’은 ‘뒷전’으로
  • 박동준 기자
  • 승인 2014.06.12 1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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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지난 11일 경상남도 밀양의 한 야산은 전쟁터였다.

정부는 이날 새벽부터 경찰 병력과 한전 직원들을 대동해 경남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의 농성장에 대한 행정대집행을 나서 농성장 5곳을 모두 철거했다. 이 과정에서 농성장 철거를 막으려는 주민들과 격렬한 몸싸움이 발생해 20여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다.

6·4 지방선거가 끝난지 딱 일주일만이었다. 최근 선거에서 여야 모두 핵심 화두로 ‘국민의 안전’을 대대적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그토록 정치권이 목놓아 외쳤던 ‘국민의 안전’은 행정대집행 현장에서 깡그리 무시됐다.

밀양 주민들의 바람은 주거지역의 ‘안전’이다. 이를 위해 지난 8년간 정부와 수차례 대화에 나섰지만 번번히 무산됐다.

이번 선거에 당선된 정치인들도 지역 주민의 안전 문제는 뒷전으로 ‘안면몰수’했다. 불과 일주일만에 분위기가 첨예하게 바뀐 것이다.

새누리당 후보로 이번 선거에서 승리한 박일호 밀양시장 당선자는 행정대집행 연기 신청 여부에 대해 “현 시장과의 혼선이 우려된다”며 “행정대집행 연기 신청 및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전은 밀양 송전탑 건설 이유에 대해 고리 원전에서 생산된 전력을 전달해 블랙아웃(전력부족 사태)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고리 원전이 이미 노후화로 인한 잦은 고장으로 가동이 중단되는 경우가 빈번한 상황이라 한전의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 상태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노후화된 원전 폐쇄에 대한 여론은 점점 들끓고 있다.

실제로 이번 고리 원전이 위치한 부산 시장 선거에서 주요 후보들은 핵심 공약으로 ‘원전 폐쇄’를 내세웠다.

부산 시장 선거에서 승리한 서병수 당선인 역시 다른 후보와 시기상의 차이는 있지만 ‘원전 폐쇄’의 뜻은 같이 했다. 서 당선인은 유세 과정에서 오는 2017년까지 노후화된 고리 원전을 폐쇄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서 당선인이 내세운 2017년까지는 지금부터 불과 3년이 채 안남았다.

서 당선인의 공약대로 만약 원전이 폐쇄되면 정부가 지역 주민과 대화와 타협의 과정을 무시하고 첨예한 갈등을 겪으면서 까지 세우려고 한 송전탑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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