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대물림 “자살 충동 여성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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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대물림 “자살 충동 여성 늘고 있다”
  • 홍세기 기자
  • 승인 2005.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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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 중 한 명 자살 충동 느껴

가정폭력 피해여성 2명 중 한명은 자살 충동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가정 폭력을 경험한 대부분의 여성들은 무기력증, 가슴 두근거림, 우울증 등 정신적 증상으로 고통 받고 있으며 이들 중 절반 가량은 자살 충동마저 느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가정폭력 가해자가 남편인 경우 성장 과정에서 부모나 형제의 가정폭력을 목격하거나 실제로 경험한 경우가 매우 높은 것으로 조사 돼 폭력 대물림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여성가족부는 한국단기가족치료연구소에 의뢰, 전국 50개 보호시설의 3백82명의 응답자를 대상으로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 실태조사’에 따른 결과를 발표했다.

쇼크 가슴 두근거림 증상 호소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보호시설에 입소한 가정폭력 피해여성 10명 중 8명은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증상은 대부분 일시적 쇼크, 가슴 두근거림 증상, 실망, 무력감, 의욕상실, 쉽게 놀람 증세 등으로 피해 여성들이 폭력 사건 이후에도 대부분 정신, 육체적으로 후유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더욱이 조사결과 두 명 중 한 명(52%)은 심한 자살충동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가정 폭력에 따른 후유증이 심각한 수준임을 짐작할 수 있다.

가정 폭력이 또 다른 가정 폭력을 낳는 폭력 대물림 현상도 두드러졌다. 가정폭력 가해자인 남편의 경우 성장과정에서 부모나 형제의 가정폭력을 목격했거나 실제로 경험한 경우가 전체 80.1%(복수응답)에 달했다. 이 때문에 보호시설에 입소한 피해여성들이 퇴소 후 또 다시 남편의 가정 폭력에 시달리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는 실정이다.

보호시설에 입소한 피해여성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으로는 (복수응답) 경제적 문제(20.4%) 퇴소 후 주거(15.5%) 남편과의 관계(15.0%) 자녀양육(13.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집단 치유 프로그램 개발

이처럼 가정 폭력 피해 여성들이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는 데도 불구, 이들에 대한 치유 프로그램이 미비한 실정이다. 상담센타에서 피해여성을 개별적으로 상담하는 것이 고작인 수준이었다.

여성가족부는 이에 이번 결과를 토대로 보호시설에 거주하고 있는 가정폭력 피해 성인·아동에 대한 집단 치유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내년부터 본격 시행할 방침이다.

한국단기가족치료연구소 관계자는 “피해 여성들이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는 실정이다”면서 “보호시설에 입소한 가정폭력 피해여성 6명을 대상으로 치유 프로그램을 적용해 사전사후 점수를 측정한 결과, 외상후 스트레스(30.5→19.2), 무기력감(11.8→5.2)이 각각 줄어드는 등 치유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실제로 프로그램에 참가한 이주경씨(가명, 35세, 아들 1명과 동반 입소)는 “입소 당시에는 살아갈 힘이 없고 나 자신이 없어진 것 같았다”면서 “하지만는 이제는 약을 먹지 않고도 일상생활이 가능하며 직업을 가지면 아들과 함께 살아갈 자신이 있다”라고 치유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감을 표시했다.

여성가족부는 이와 관련 “그동안 가정폭력 보호시설과 상담소에서 개별적으로 피해자의 지원 상담을 실시해 왔다”면서 “정부 차원에서 피해자의 심리·정서적 상태에 관한 깊은 이해를 기초로 한 표준 치유프로그램을 개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고 말했다.

hong@ sisa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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