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소형가전, 프리미엄과 거품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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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소형가전, 프리미엄과 거품 사이
  • 정두리 기자
  • 승인 2014.05.27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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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부 정두리 기자.
[매일일보 정두리 기자]가전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급부상한 ‘소형가전’, 요새 그 시장이 ‘뜨거운 감자’다

최근 국내 가전시장은 소형가전 신제품을 출시하는 기업들의 움직임으로 분주하다.

국내 1인가구 비중이 급증하면서 제습기, 청소기, 밥솥, 세탁기 등 크기는 줄이고 디자인과 실속을 강조한 소형가전이 포화 상태가 된 가전업계의 틈새시장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에게도 이제 소형가전은 낯설지 않은 패러다임이다.

지난해 소형가전 시장 규모는 3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7.2% 증가했다. 올해도 5% 내외로 성장세가 전망되며, 2015년에는 4조원대로 진입할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시장의 덩치도 대형가전 시장과 맞먹을 만큼 무섭게 커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맞춰 국내 대형가전 시장을 양분하던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소형가전에 눈을 돌리며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 대기업은 앞선 기술 경쟁력과 고급이미지 구축을 통한 프리미엄 전략을 앞세워 중소 가전업체들과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무엇보다 자금력을 앞세운 활발한 마케팅 공세로 시장 활성화를 순조롭게 이루며 프리미엄 생활가전 비중을 한층 높였다는 측면에서 호평, 자평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1인가구의 고급화·고부가가치화 흐름에 프리미엄 트렌드가 소형가전에도 제대로 먹혔다는 것.

하지만 이를 두고 엇갈린 반응도 적지 않다. 문제는 결국 가격이다.

소비자들의 취향이 갈수록 고급화되고 있다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일부 중산계층 이상에 해당한다.

통계청과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이 공동 발표한 ‘2013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의 빈곤율은 49.6%로 4인 가구(9.0%)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아기물품 전용 세탁기, 복합전용 오븐, 인버터 컴프레서 기술을 탑제한 제습기 등 프리미엄 소형가전은 일반 제품에 비해 가격이 최대 2배 이상 비싸다.

최근 계절적 성수기를 맞아 인기몰이중인 국내 제습기 가운데 가장 비싼 제품은 60만원대를 호가한다.

이를 두고 보면 실상 소형가전 업체들의 주요 타깃인 1인가구 소비자들에게는 ‘이름값’ 있는 소형가전 하나 장만하려면 꽤나 부담스럽다는 게 ‘진실’에 가깝다.

그들이 말하는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일반 서민들은 가격표를 재차 확인하며 몇번을 주저주저하고 있다. 반대로 프리미엄 꼬리표를 붙고 나오는 신제품들의 가격책정은 망설임이 없는 듯하다.

국내 기업들이 사회적 시류에 편승, 소비자들의 허영심을 겨냥해 ‘무리해서라도 이건 꼭 사야한다는’ 프리미엄 트렌드만 부추기고 있는 건 아닌가 싶어 안타까움이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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