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KBS 內 다른 목소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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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KBS 內 다른 목소리들
  • 이선율 기자
  • 승인 2014.05.19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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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이선율 기자] 세월호 참사가 벌써 한달이 훌쩍 넘었다. 기자생활을 하면서 알게 된 것 중 하나는 무엇이든 미리 방지하자는 예방 보도보다는 사고가 난후 문제점을 지적하고 해결책을 마련하자는 보도가 더 많다는 것, 그리고 사고 이후 점점 그 사고가 잊혀지고, 다시 그와 비슷한 사고가 터지면 과거 사고들이 회자되는 식으로 흘러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세월호 참사는 시간이 흘러도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 학부모들, 청년들, 그리고 기자들까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반성하며, 희생된 유가족들을 위해 도움이 되고자 그들만의 방식으로 사고 유발 관련자들을 향해, 정부를 향해, 대통령을 향해 지탄의 목소리를 적극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가장 반성해야 할 점은 언론이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현장에서 보았던 세계와, 언론에서 보도되는 세계는 다른 모습이였다. 특히 공영방송인 KBS는 세월호 불공정보도, KBS 전임 보도국장의 부적절 발언논란, 정권유착 등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KBS 윗선들과 다르게 내부에서 반성하고, 공정한 저널리즘을 실천하고자 하는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위기의식을 느낀 KBS 일부 기자들과 부장들은 KBS 길환영 사장의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원칙과 기준 없는 속보로 유가족 가슴에 못을 박았다. 우리가 ‘기레기’라고 불릴 때 회사는 뭐하고 있었느냐”며 연차가 낮은 한 KBS 기자는 ‘공영방송 KBS’의 침몰에 대해 토로했다.

KBS 보도본부 부장단은 "누구 탓을 하랴. 일선 기자들과 동고동락하며 뉴스의 최전선을 지켜온 우리 부장들부터 먼저 책임지겠다"며 집단 사퇴했다.

이들은 "정권으로부터 독립성을 지키지 못하고 정권과 적극적으로 유착해 KBS 저널리즘을 망친 사람이 어떻게 KBS 사장으로 있겠단 말인가"라며 길환영 사장을 지탄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한 진상규명과 실종된 가족을 기다리는 유가족들의 애타는 마음을 보도하기도 모자란 시간들이다. 하지만 세월호 사고 보도는 중요이슈에서 점점 밀려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사퇴한 김시곤 전 보도국장으로부터 KBS 보도에 청와대 개입설이 폭로됐다. 하지만 길환영 사장은 ‘김 전 국장의 일방적 주장’이라고 전면 부인했다.

길 사장의 발언을 믿기엔 증거가 부족해보인다. 이미 KBS 뉴스의 불공정 보도는 희생된 유가족들, 기자들을 통해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 사장은 이 판국에 사과는커녕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청와대 대변인까지 자처하고 나섰다.

국민은 무지하지 않다. 국민을 믿게 할만한 그럴듯한 이야기를 가지고 오던지, 그렇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사퇴와 함께 사과해야 한다. KBS가 침몰위기에서 계속 허우적거릴까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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