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청은 현대판 731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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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청은 현대판 731부대?
  • 권민경 기자
  • 승인 2005.10.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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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하다던 김치에서 납에 이어 기생충알까지

<식약청, 식품 안전 뒷짐 국민 건강 알바 아니라는 식>
<먹거리에 이어 전문의약품 관리도 심각한 구멍>

중국산 김치에서 납에 이어 기생충알알까지 나오면서 보건 당국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국민들은 “도대체 믿고 먹을 만한 식품이 없다” 며 불안해하고 있다. 식당에서는 대다수의 손님이 김치에 손을 대지 않고 시중 반찬 가게 역시 김치를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

반면 김치를 직접 담가 먹으려는 사람은 부쩍 늘어나 국산 무와 배추 가격이 급등해 공급 부족 파동까지 우려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식품 안전의 최일선 부처인 식약청은 여전히 뒷북행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이번 김치 파동뿐만 아니라 그동안 시민단체에서 유해 먹거리에 대해 끊임없이 의혹을 제기해 왔지만 그때마다 식약청은 ‘별 문제 없다’는 식의 안일한 대처로 일관해 왔다.

더욱이 최근에는 화장품원료로 사용되는 인태반이 식약청에 의해 전문의약품으로 허가 받았음이 드러나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불량 먹거리에 대한 공포가 거의 패닉 수준인 지금, 국민들은 이제 식약청의 얘기라면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 10일만 하더라도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은 국내에서 유통되는 김치는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불과 며칠 안돼 식약청의 발표는 거짓이었음을 온 국민이 확인했다. 중국산 김치에서 기생충알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식약청은 10월 21일 인터넷에서 판매되는 중국산 수입김치 9개 제품에서 기생충이 발견돼 해당 제품에 대한 긴급 수거작업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식약청은 중국산 김치 16개 제품을 검사한 결과 9개 제품에서 회충과 구충(십이지장충), 동양모양선충, 사람등포자충 등 4개 기생충알을 발견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이날 오전부터 모든 중국산 김치에 대한 통관을 보류시키는 한편 해당 제품을 전량 수거·폐기토록 지시했다.

그러나 기생충이 검출된 9개 제품이 얼마나 시중에 유통됐는지, 국내산 김치는 과연 안전한지 아직까지 파악되지 않아 국민의 불안감은 계속되고 있다.

물론 전문가들은 기생충알 김치를 먹었다고 해서 꼭 건강상 이상이 생기는 것은 아니고, 또 감염될 경우에도 구충제를 복용하면 쉽게 치료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치료 여부를 떠나 식품 안전에 만전을 기해야할 부처인 식약청의 섣부른 안전진단과 뒷북행정으로 먹거리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산 김치에서 기생충알이 검출됐다는 식약청의 발표는 뒷북행정의 전형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 고경화 의원이 지난 10월 10일 국정감사에서 “인분을 사용해 키운 채소류와 김치를 수입해 기생충 감염이 우려 된다”고 지적하지 않았더라면 국민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무방비 상태에서 기생충을 섭취하는 꼴이 될 뻔했다.

이는 식약청이 시중에 유통되는 식품에 대해 제대로 된 기생충 검사를 하지 않았다고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김정숙 식약청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뒷북행정을 부인하며 “그동안 날 것으로 먹는 음식에 대해 기생충 검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어왔고, 식약청 스스로 필요하다고 판단해 결정한 것이다” 고 말했다.

또 “김치를 테스트해서 10개 중 1개만 기생충이 검출되더라도 대책을 마련하려고 했는데, 50%이상에서 검출돼 놀랐다” 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식약청에 대한 국민 불신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
지난 달 고 의원이 납 김치 의혹을 제기했을 때도 식약청을 이를 부인했고, 시민단체 등 타기관에서 제기하는 의혹에 대해서도 지나친 반응이라며 소극적 자세를 보여 왔다.

지난 7월 소비자문제를연구하는시민의모임(소시모)은 시판 중인 20개 영유아 식품 중 일동후디스 제품에서 농약 성분이 검출됐다고 발표했으나, 식약청은 자체 검사를 통해 사실무근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얼마 전에는 비타민음료에서 방부제가 검출됐다는 환경운동연합의 발표에 대해서도 인체에 무해하다며 업체들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최근엔 비타민음료의 과다 복용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하루 복용량을 3병으로 제한한다고 발표해 국민들을 어리둥절케 하고 있다.

이같은 식약청의 무사안일주의는 시중 먹거리에서 그치지 않고 전문의약품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지난 10월 11일 고경화 의원이 발표한 자료는 식약청에 대해 또 한번 분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고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자하거 관련 원료의약품(자하거-사람의 태반을 삶아서 말린 것) 중 일본에서 허가를 얻지 못한 원료가 서류 조작을 이용해 국내에서 허가를 받는다” 고 밝혔다.

심지어 화장품원료로 수입된 인태반까지 식약청에 의해 전문의약품으로 허가를 받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고 의원에 따르면 2005년 1월부터 8월까지 ㄱ 제약은 일본에서 허가가 없는 원료를 금액으로는 6천400만원, 수량으로는 1앰플×161,890 개를 수입했고, ㅊ 제약은 화장품 원료로 사용되는 원료를 1억500만원, 1앰플×105,500개를 수입했다.

고 의원은 “2004년도 1년 동안 자하거관련 원료의약품 수입실적은 4억8천 만원임을 볼 때, 2005년도의 경우 1월~8월동안 만으로도 ‘ㄱ 제약’과 ‘C 제약’이 수입한 금액의 합계는 1억7천만으로 4억8천 만원대비 35%에 달한다” 며 “이것은 식약청이 국민에 대한 약품안전기능을 상실했다” 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즉 임상실험도 안된 의약품을 국민을 상대로 실험 하고 있다는 게 고 의원의 주장이다.

한편 정부는 이번 김치 파동을 계기로 식품안전기본법을 개정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

위해식품 사범에 대해 처벌을 강화하고 제조, 판매업자에 대한 감시 역시 보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김근태 보건복지부장관은 지난 10월 25일 "안전을 관리하는 기관인 식약청이나 또는 어떤 기관이 '농장에서 식탁까지' 모든 과정을 일괄 감독하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자신의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식품관리 정책을 혁명적으로 바꿔야만 '절대적인 안전'을 요구하는 국민의 요구에 맞출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장관은 "식품과 관련된 부처가 7∼8개가 되는데 생산을 지원하는 기관이 덤으로 안전관리까지 담당하는 지금 방식으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식품업무 관리 일원화’가 이번에도 구호용 대책으로만 그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식품업무 관리 일원화’는 이미 지난 2003년 1월 식약청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보고했던 계획으로 현 정부 들어서만도 수차례 그 필요성이 제기돼 왔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현재 식품안전을 관리하는 기능은 복지부ㆍ농림부ㆍ해양수산부ㆍ식약청 등 8개 정부부처로 나뉘어져 있고 이 때문에 먹거리 안전사고가 터질 때마다 정부는 부처간에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는 매번 사고가 날 때마다 임기응변으로 때울게 아니라 이번 김치 파동을 계기로 실효성 있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주장한다.

국민들 역시 더 이상 먹거리를 믿지 못해 불안에 떨지 않도록 식약청이 제 역할을 다해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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