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의료계 리베이트 , “국민 속이는 솜방망이 처벌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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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의료계 리베이트 , “국민 속이는 솜방망이 처벌 이제 그만”
  • 이진영 기자
  • 승인 2009.11.13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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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업계, ‘리베이트 하지 말자’ 아닌 ‘당분간 참자’는 분위기

[매일일보=이진영 기자] 의료계 리베이트 관행은 근절될 수 있는 것일까. 리베이트는 현대사회에서 존재할 수밖에 필요악인 존재일까.

얼마 전 제약사 직원 5명을 포함해 서울대 병원 교수 2명이 종로경찰서에 무더기 형사 입건 됐다. 5개 제약사와 1개 의료기기업체 직원들이 서울대 병원 마취통증의학과 50주년 행사에 3500여만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이다.

하지만 제약사의 개입 증거가 뚜렷하지 않고, 제공한 현금품 액수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벌금수준에서 종결됐다. K제약도 최대 40%까지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는 혐의를 받았지만 경찰이 위법사실을 밝혀내지 못해 뇌물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내사종결 했다.

제약회사와 의약업계에 종사한 사람들에게 겁주기 보여주기식 수사를 펼치고, 증거가 별로 없다는 이유로 수사는 금새 종결됐다. 이렇게 화려한 수사는 언제나 조용한 처벌로 마무리 지어졌다.

솜방망이 처벌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공정위에 따르면 매년 약값의 20%가 리베이트로 빠져나가고 있다. 불법 리베이트로 인해 국민이 건강보험료를 2조억원 이상 더 내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약값 원가가 60원이라치면 시중에 판매되는 값은 1000원에 달한다고 한다.

몸이 아픈 국민을 위한 제도는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국민의 편에 서겠다는 정부는 리베이트 적발시 의약품의 약값을 20%까지 강제 인하하겠다는 방침으로 제약사에선 당분간은 리베이트를 하지 말라는 분위기인 듯.

하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아예 하지 말자’가 아닌 ‘당분간은 하지말자’는 분위기다. 의사들 또한 ‘정부가 이러다 말겠지, 단속강화가 느슨해 질 때까지 기다려보자’는 반응이다.

이를 두고 의약업계 CEO들은 정기적으로 회의를 갖고 “리베이트 근절 못하면 제약사가 망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리베이트를 ‘안 줄 수 없다’는 인식에서 ‘안주면 된다’로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는 생각을 CEO들이 먼저 하자는 의미이다.

그러나 CEO들의 인식 전환, 내부 고발제 제도화의 활성, R&D 투자 높은 제약사에 약가인센티브 제공, 약가 자진 인하 등 일련의 활동들이 의약계 내에서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지키지도 못할 어설픈 법을 만들어놓고 걸리기만 기다리는 정부의 입장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에 윤리를 강조하는 것도 무리가 따르지만 합법적인 리베이트가 아닌 이상 비난은 면치 못할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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