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세월호 수습보다 ‘더 급한’ KBS 수신료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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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세월호 수습보다 ‘더 급한’ KBS 수신료 인상
  • 한아람 기자
  • 승인 2014.05.08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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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부 한아람 기자

[매일일보 한아람 기자] “세월호 참사 관련 법안 처리와 민생관련 법안 처리에 우선 주력하겠다.”

세월호 참사 발생 열흘 만에 국회 일정이 재개되면서 여야 지도부가 한 목소리로 약속한 말이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발생 23일째에 접어들자,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이 주력하는 법안은 따로 있는 듯 보인다.

새누리당이 ‘눈치 없이’ 들고 나온 KBS 수신료 인상안 때문이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은 지난7일에 이어 8일 또 다시 KBS 수신료 인상안을 상정하기 위한 전체회의를 소집했다. 야당이 이에 반발하며 회의 참석을 거부했음에도 여당 의원들만 참석하는 ‘반쪽’ 미방위 회의를 강행했다.

이들이 주장하는 수신료 인상 근거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은 두 번째 얘기다. 그보다 이 법안을 도마 위에 올린 ‘타이밍’이 문제다.

먼저, 아직도 팽목항에 차디찬 바다만 바라보고 있는 수 십 명의 실종자 가족이 있다는 점, KBS 수신료 인상안이 촌각을 다투는 시급한 민생 법안이 아니라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굳이 현 시점에서 정국을 수습하고 이끌어가야 할 집권여당이 KBS 수신료인상 문제를 도마 위에 올려 논란을 야기할 필요는 없었다.

더구나 지난 7일 KBS 막내 기자들의 자사 세월호 보도에 대한 ‘양심선언’까지 이어진 상황이다.

이들은 대통령의 진도 방문 당시 현장의 ‘분노’는 외면한 채 대통령의 사과만을 보도 했고, 이로 인한 유가족들의 원성으로 KBS 로고를 가리고 취재 할 수밖에 없었으며 심지어 맞을까봐 현장에 내려가지도 않은 채 기사를 작성하기도 했다는 등의 내용을 언급했다. 자신들을 ‘기레기(기자 쓰레기)’라고 까지 지칭했다.

이것이 우리나라 공영방송의 현 주소다. 참사의 아픔을 보지 않고 정부를 보필하는데 급급한 이 같은 공영방송의 현실 앞에서 과연 흔쾌히 KBS 수신료 인상에 동의하겠다는 국민이 몇이나 될지 묻고 싶다.

또 정부의 무책임한 초동대응 시스템에 답답한 가슴을 치고, 언론의 오보와 과장보도에 억장이 무너진 희생자 유가족들에게 ‘질 좋은 방송을 위해 KBS 수신료를 더 걷겠다’는 말을 과연 누가 할 수 있을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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