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나라의 이상한 자살 보험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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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나라의 이상한 자살 보험금
  • 배나은 기자
  • 승인 2014.04.21 0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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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사람의 생명에 어찌 값어치를 매길 수 있을까. 실제로 최근에는 아직 구조 작업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피해자 가족들이 받을 ‘보험금’을 계산한 한 언론사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궁지에 몰려 ‘목숨 값’으로 불리는 생명 보험금을 목적으로 자살을 고민하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포털에서 ‘자살 보험금’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하면 자살 이후 가족들이 사망 보험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조언해주거나 상담해주겠다는 글들이 나온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죽음을 고려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것과 자살 이후 보험금을 약관 그대로 받기 쉽지 않다는 것.

약관에 따라 당연히 지급되는 부분이라면 별도의 상담을 통해 ‘철저한 플랜’을 마련해야 할 이유가 없는데도, 자살 관련 보험금 지급과 관련된 글들의 논조가 대게 이런 식인 것은 상당히 이상한 일이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최근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신한생명 등 거의 대다수의 생명보험사들이 약관과는 달리 자살자에 대해서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왔던 사실이 드러났다.

약관에는 자살시 재해사망보험금을 준다고 해놓고 일반사망보험금만 지급해 적게는 수천억원에서 조단위의 보험금을 ‘절약’해 온 셈이다.

그런데 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이유가 황당하다. 만일 이런 돈을 약관 그대로 지급한다면 자살을 조장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여기에 보험 계약자 보호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유권해석을 내려야 할 금감원 역시 자살에도 보험금이 나온다는 상황 자체가 사회적인 통념에 어긋난다며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실 상당수의 보험사들은 질병코드 등 약관상의 세부적 조건을 빌미로 가입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보험금 면책을 통보하곤 한다. 같은 병이라도 ‘약관’에 정해진 그 이름으로 진단명이 기재되지 않을 경우에는 보험금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또한 일반적인 ‘상식’과는 거리가 먼, 보험사의 규칙에 의거해 업무가 처리된 상황이지만 문제가 제기될 때 마다 보험사들은 사회적 통념이나 상식이 아닌 약관을 부르짖었다.

게다가 앞서 말했던 것 외에도 지금의 대한민국처럼 집단적 우울증이 만연한, 만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자살의 원인 역시 다양할 수 밖에 없다. 모든 이들의 자살이 모두 경제적 이득을 위한 것이라는, 즉 목적이 있는 것이라는 생각은 생명보험사의 이해득실에 근거한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

진짜 ‘목숨 값’으로 이득을 보려는 쪽은 누구일까. 수 백 번의 사회공헌과 캠페인을 벌여도 일반 대중들의 보험업계에 대한 인식이 좋아질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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