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부채도 줄고 공공서비스도 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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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부채도 줄고 공공서비스도 줄고
  • 배나은 기자
  • 승인 2014.04.03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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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박근혜 정부가 공공기관 부채에 대해 연일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발본색원’이니 ‘진돗개 정신’이니 하는 강한 표현을 쓰고 있을 정도다.

지난 2월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는 정부가 추진하는 이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에 해당 기관의 노조가 반발할 경우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항과 연대, 시위 등으로 개혁을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물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물론 이렇게 정부가 나서서 공공기관의 부채를 염려하게 된 일차적 원인은 실제로도 심각한 부채수준에 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2012년 말 기준 전체 공공기관 부채는 493조4000억원으로 2007년 말(249조2000억원)보다 244조2000억원 늘었다.

문제는 이 같은 부채가 4대강 사업과 경인아라뱃길 사업 등 명백하게 실패한 국책사업 뿐 아니라 보금자리주택 사업비 등 국민에게 폭 넓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시도된 사업에 대한 비용을 떠맡으면서 생기기도 했다는 점이다.

이에 개별 공공기관 노조들은 현재 기관이 지고 있는 부채 중 일부는 요금안정화와 안정적 서비스 공급 등 ‘공공성 확대를 위한 착한 부채’라며 정부의 밀어붙이기 식 공공기관 개혁에 반발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본령은 공익에 부합하는 것인 만큼,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일반 사기업과 동일선상에서 재정문제에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 공공기관 노조 관계자는 “무작정 부채감축을 시도할 경우 결국 공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방안은 요금인상과 서비스축소가 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 올 들어 공공기관들은 부채감축안의 일환으로 요금인상과 할인혜택 폐지 등을 포함한 서비스 축소 정책을 정부에 제출한 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말을 빌자면, 현재 공기업 개혁은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의 부채와 방만경영에 대해 ‘어려움에 허리띠를 졸라매는 국민’이 내리는 일종의 심판이다.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그간 낭비한 국민혈세를 제 자리에 돌려놓기 위해’ 정부가 대신 회초리를 손에 들었다는 말이다.

그러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공공기관 자체의 부채를 감축하는 이 과정에서, 국민은 목적이 아닌 부채 감축의 수단이 되어 버린 듯 하다. 얻은 것은 별로 없고 어째서인지 비용부담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이름을 ‘사칭’한 것이 아니라면, 진짜 국민을 위한 일이 무엇인지 정부가 다시 한 번 고민해 볼 시점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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