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주량이 어떻게 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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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주량이 어떻게 되십니까?”
  • 최원석 기자
  • 승인 2014.03.26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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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부 최원석 기자
[매일일보 최원석 기자] “주량이 어떻게 되십니까?”

술이 중요한 문화로 자리잡은 우리 사회에서 흔히 듣는 질문이다. 보통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의 기준은 한국인의 술 ‘소주’다.

그런데 최근 주량의 기준인 소주가 순해지고 있어 각자의 주량은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국내 소주시장을 이끌고 있는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가 자사의 주력 소주 도수를 각각 18.5도, 18도로 낮췄다. 90년대까지 소주의 대명사로 ‘두꺼비’라 불리던 진로의 알코올 도수 25도에 비해 7도가량 낮아진 것.

업계 1위인 하이트진로의 주력소주 ‘참이슬’은 1998년 10월 23도의 도수로 출시됐다. 이후 수차례의 리뉴얼을 거쳐 현재의 18.5도까지 알코올 도수를 낮췄다.

롯데칠성음료의 ‘처음처럼’도 지난 2006년 업계 최초로 20도 소주로 출시돼 소주 저도화를 선도하는 술로 자리 잡았다.

처음처럼과 시장점유율 2위를 다투고 있는 경남권의 소주 강자 무학의 ‘좋은데이’는 이미 16.9도라는 낮은 알코올 도수로 경남권을 장악하고 수도권 진출을 노리고 있다.

업체들은 소비자들의 입맛이 부드럽고 순한 술을 원하고 있고 술자리 트렌드가 취하기보다는 즐기는 방향으로 바뀐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저도수 소주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 소주 소비를 늘리고 원가를 낮추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알코올 도수가 낮아지면 소비량은 많아지고 원가는 절감된다는 것이다.

국내 소주 생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희석식 소주는 쌀보리, 고구마 등 전분질을 발효시킨 주정에 물과 감미료를 혼합해 만드는 방식으로 소주의 알코올 도수가 낮아지면 원가가 낮아진다.

이에 대해 하이트진로·롯데칠성음료 모두 출고가를 낮출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앞서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는 소주 도수를 낮췄던 2006년과 2012년 전체 소주 출고량이 전년대비 5% 가량의 증가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업체들은 “당해 연도에 신제품 출시로 마케팅을 강화했기 때문에 출고량이 늘어난 것”이라며 “알코올 도수가 낮아진다고 해서 소비량이 늘어난다는 것은 확인되지 않는 사실”이라고 해명한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트렌드에 맞춰진 상품은 반갑지만, 낮아진 원가에는 딴청 부리는 업체들은 마냥 곱게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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