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년 의료장비 2005년 환자진료에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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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년 의료장비 2005년 환자진료에 사용
  • 권민경 기자
  • 승인 2005.10.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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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의 국립의료원, 무늬만 중앙의료기관

지난 50여 년 동안 국내 유일의 국립종합 병원으로 운영된 국립의료원이 수명이 다해 8년 전에 폐기처분했어야 하는 인공심폐기를 계속 사용하는 등 국가중앙의료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민주노동당 현애자 의원에 따르면 국립의료원이 사용하고 있는 500만 원 이상 의료장비의 사용연수와 내용연수를 비교한 결과 548개 장비 가운데 210개(38.3%)는 내용연수가 지난 채 사용하고 있다.

내용연수가 올해로 끝나거나 1년밖에 남지 않은 장비도 59개(10.8%)로 조사됐다. 의료인력 또한 턱없이 부족해 이것이 당장 의료의 질 하락으로 이어지고 환자 감소 현상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현 의원은 “국가 중심 의료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서는 의료장비 현대화와 인력 충원이 시급하다”며 “보건복지부가 예산을 추가로 지원하는 등 특별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수명8년 인공심폐기 26년 사용, 인력도 턱없이 부족
의료질 하락, 환자감소 현상 뚜렷 현대화 등 시급

현 의원은 “인공심폐기는 내용연수가 8년에 불과하지만 1979년에 구입해 26년 동안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무려 18년을 초과, 사용해왔다”며 “소아과의 영아치료기도 1980년에 구입해 25년 동안 사용해왔다”고 지적했다.

현 의원은 또 “심지어 2004년에 폐기한 의료장비 목록 중에는 내용연수가 8년 밖에 되지 않지만 1958년도에 구입하여 46년을 사용한 방사선 진단기도 있다” 고 덧붙였다.

▲ 국립의료원
이에 따라 현 의원은 “국립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운영하기 위해서는 장비 전체의 절반 정도를 새로 교체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의료장비는 ‘기기’이므로 정비를 잘만 해서 사용하면 내용연수보다 초과하여 사용할 수 있으므로 초과연수만을 기준으로 장비의 노후도를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의료장비의 질이 갖춰져야 일정한 수준의 의료의 질도 보장될 수 있다고 볼 때 국립의료원의 경우 의료의 질 확보를 위해 의료장비 교체가 필수불가결한 요소라는 것이 현 의원의 설명이다.

현 의원에 따르면 국립의료원은 낙후된 의료장비를 보강, 교체하고자 2004년부터 2005년까지 매년 약 50억 원씩 25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의료장비 현대화 5개년 계획’을 수립한바 있다.

그러나 2004년 예산액은 56억49백만 원이었던데 비해 집행액은 39억98백만 원이었으며 올해는 그나마 예산액도 30억 원으로 삭감되어 세워졌다. 계획에 의하면 2005년도에도 97개 장비 50억 원 상당의 의료장비를 구입하고자 하였으나 현재까지 원심분리기 1대(150만원)만을 구입한 것에 그쳤다.

의료원측은 올해 97개 장비를 교체하기로 했으나 올 8월 현재까지 원심분리기 1대(1백50만원 상당)만 구입했다. 국립의료원측은 사용기한이 지난 장비 중에서 5천만 원 이상 되는 고가 장비를 교체하기 위해서는 94억 여 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의료장비뿐 아니라 인력도 크게 부족하다는 것이다. 진단방사선과와 치료방사선과, 임상병리과의 경우 전공의조차 배정받지 못하고 있어 지난해 연말 실시된 2004년도 종합전문요양기관 인정평가에서 퇴출위기까지 몰리기도 했다. 다행히 S의료원 측으로부터 진단검사의학과 3년차 전공의를 파견근무 형식으로 지원받아 간신히 최악의 사태는 모면했다.

이 같은 인력과 장비 부족으로 입원·외래환자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2000년에는 외래환자가 51만3천명이었으나 지난해엔 10만 명이 줄어든 41만3천명이었다. 의료원 내에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가 설치돼 있는데도 지난 3년간 인력 부족 등으로 장기이식수술을 한건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 의원은 “국립의료원은 책임운영기관으로 재정, 특별회계에 의해 관리되고 있어 기관의 장이 재정상의 책임을 지도록 돼 있다” 며 “내용연수가 지난 5천만 원 이상 고가 의료장비의 교체에만 94억 여원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데 국립의료원의 재정으로 이를 감당하라고 하는 것은 ‘의료장비의 노후 → 의료의 질 하락 → 환자 감소 → 재정 여건 악화’의 악순환을 지속하라는 것에 다름 아니다” 고 주장했다.

현 의원은 “국립의료원이 ‘국가에서 운영하는 3차 의료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도록 하려면 ‘의료장비 현대화 계획’에 차질을 빚어져서는 안 되며 보건복지부에서는 이를 위한 대책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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