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토불이 외치던 '농협하나로' 수입산으로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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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토불이 외치던 '농협하나로' 수입산으로 '대박'
  • 권민경 기자
  • 승인 2005.10.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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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농산물 787억원, 수산물 250억원어치 팔아치워 '소비자 우롱했다'

농민권익 무관심, 덩치만 키워- ‘하나로클럽’엔 양주만 있고 막걸리는 없다?

농업생활력의 증진과 농민의 경제적·사회적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설립된 협동조합, 농협이 본연의 임무를 소홀히 한 채 지난해 787억원 상당의 수입농산물을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농협중앙회가 지난 5일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농협은 지난해 오렌지와 파인애플, 바나나, 레몬 등의 수입농산물 603t(787억원)을 시중에 판매했다.

또 올해 상반기에도 585억원 상당의 수입농산물 386t을 판매했다. 뿐만 아니라 하나로 클럽은 250억원 어치에 달하는 수입수산물을 판매해온 것으로 나타나 농협이 정말 ‘우리것’이 맞는냐는 비난이 거세다.

농협 관계자는 "일부 하나로클럽이 국내 생산이 전무하거나 극히 소량인 품목을 성수기에 제한적으로 취급했다"며 "공판장의 경우 농협 중도매인들이 영업에 지장을 받지 않도록 구색 갖춤 수준의 수입농산물을 취급했다"고 해명했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농가는 생계를 유지하기도 어려운데, 농협은 명예퇴직자들에게 1인당 1억3천 만 원씩 퇴직금을 주고, 수백 명에 달하는 임직원에게도 억대 연봉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나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신토불이 주장, 수입품 일색 농협 하나로 마트

한광원 열린우리당 의원은 지난 5일 농협중앙회 국정감사에서 “농협에서 팔리는 수입수산물의 비율이 20%가 넘는다며, 매년 250억원어치가 팔리고 있다” 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랍스타, 킹크랩, 등 우리나라 근해에서 잡히지 않는 어종은 이해하지만 전어, 꽁치, 낙지, 새우, 등의 수산물은 우리나라에서 충분히 공급이 가능한데도 버젓이 수입을 팔고 있다” 며 “도대체 신토불이의 정의가 무엇” 이냐고 강하게 비난했다.

또 농협 하나로 클럽에서 판매되는 수입주류에 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한 의원은 “지난 8월 하나로클럽 양재점을 리뉴얼하면서 양주판매장을 화려하게 꾸며놓았다” 며 “농협에서 파는 수입 양주가 매년 40억 가까이 되고, 수입맥주도 버젓이 팔리고 있다” 고 지적했다.

반면에 “민속주 판매장은 양주전시장 한켠에 1/3정도 규모로 있다” 고 덧붙였다.
“소비자들이 민속주를 많이 찾이 않는건 알고 있지만 농협이라면 조금 수익이 덜하더라도 전통주를 살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는 것이 한 의원의 주장이다.

이외에도 “가공식품이나 생필품 역시 세제, 화장지, 완구류, 등 수입품이 없는 게 없다”며 “지난해 총 수입완제품 판매량이 하나로 클럽에서만 무려 400억이 넘는다” 고 밝혔다.

한 의원은 “농협에서 무조건 수입품을 팔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며 “하지만 농협이 우리나라에서 생산되지 않는 최소한의 수입품만 파는 것이 농협 설립의 본질을 잊지 않는 것” 이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한편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농협이 시중은행보다 자산수익율이 낮은데도 명예퇴직자들에게 1인당 1억3천여 만 원씩 명예퇴직금(위로금)을 지급하고, 억대 연봉자들도 수백 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열린우리당 김우남 의원이 농협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3년 이후 명예퇴직자 372명에게 지급한 명예퇴직금은 총 474억2천400만원으로 1인당 무려 1억2천800여 만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1급 명예퇴직 대상자가 1억6천375만원을 받은 것을 비롯, 4급 이상 퇴직자들 모두 억대의 명예퇴직금을 지급받았다. 뿐만 아니라 억대 연봉을 맏는 직원들도 회장을 포함해 277명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1급 178명, 2급 96명, 3급 2명 등) 김 의원은 “농협자료에 의하면 277명이지만 명예퇴직금으로 추정해 보면 억대 연봉자는 313명에서 493명 사이인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또 “농협은 지난 97년 이후 다른 시중은행에서는 폐지된 사원복지연금제도를 시행해 직원 1인당 매달 5만5천원에서 67만원까지 지급해왔다”며 농협의 경영상태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외에도 비상임직인 농협회장의 급여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도 지적했다. 지난해 회장 급여는 기본급 1억9천920만원에 경영수당 6천840만원, 성과급 1억1천200만원 등 3억7천960만원이었으나 연간 적립되는 퇴직금을 포함하면 실질연봉은 4억8천664만원이다.

그런데도 농협은 회장의 비상임직 전환을 앞두고 보수규정을 개정해 지난해보다 2천만 원 이상 연봉을 늘렸다는 것이 김 의원의 설명이다.

반면에 농협의 자산수익률은 일반 시중은행에 비해 낮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농협은 지난해 100만원으로 6천900원의 이익을 남겼지만 시중은행은 8천900원, 국내은행은 8천500원의 이익을 남겼다” 고 밝혔다.

더욱이 “지난해 농가당 소득은 2천900여 만 원, 부채는 2천689만원에 달했다”며 “농민들은 살기 어려운데 정작 농협은 수백 명에게 억대 연봉을 주고, 퇴직자들에게도 억대 퇴직금을 지급하는 등 ‘염불보다는 잿밥’에만 관심이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농협 정대근 회장은 “회장의 연봉이 높다고 하지만 시중은행장에 비하면 10%도 안 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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