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의 힘' 선거혁명은 비록 아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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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힘' 선거혁명은 비록 아니었지만…
  • 최봉석 기자
  • 승인 2009.10.30 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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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 변화하나? 한나라 텃밭인 양산서 확인한 '친노 경쟁력'

여전히 존재한 '이명박 VS 노무현' 정치 대립각
희망 확인한 친노, 내친김에 내년 지방선거까지

▲ /사진=뉴시스
[매일일보=최봉석 기자]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29일 국회 정론관에서 재선거에 대한 종합논평을 통해 "'선거혁명'에는 이르지 못했다"면서 "(그러나) 내용적으로는 민주당의 압승이고 한나라당의 참패"라고 말했다.

같은당 우상호 대변인은 하지만 양산 재선거만큼은 '선거혁명'이라고 자랑스럽게 표현했다. 그는 "한나라당의 전직 대표를 무명의 송인배 후보가 3천표 차로 따라붙었다고 하는 선거혁명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면서 "선거에 졌지만 내용은 승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28일 열린 양산 재선거에서 민주당 송인배 후보는 한나라당 박희태 후보와 박빙의 승부를 펼쳤다.

결론은 3,299표 차이로 '거물 정치인의 승리' '한나라당 텃밭 재확인'으로 마무리 됐지만, 야당 불모지인 영남에서 가능성을 충분히 확인했다는 점에서 '선거 혁명'이라고 평가하는 데 정치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없다. 요약하자면 영남에서 친노세력의 가능성을 확인시켜줬다는 찬사다.

따지고 보면 노무현계의 파워는 실로 막강했다. 양산 시민 절반은 비록 '힘있는 정치인'을 선택했지만, 지역 정서는 선거기간 내내 "진짜 선거혁명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으로 넘쳐 있었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당초 각종 여론조사에선 두달 여 전까지만 해도 집권여당의 대표였던 한나라당 박희태 후보가 20% 정도 앞섰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턱밑까지 따라잡았고, 뚜껑을 열어보니 거의 1%까지 근접하게 따라잡는, 자칫 '역전에 성공할 수 있었던' 엄청난 저력을 보인 송 후보 측이 보여준 것이다.

그 누구도 집권 여당의 대표였던 인물을, 현재 후반기 국회의장 후보 '0순위'로 꼽히고 있는 인물을, 올해 71살의 정치 원로를 나이 마흔의 정치신인 송인배 후보가 발끝까지 추격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이 지역 정치권 한 관계자는 "송인배 후보가 한나라당 텃밭에서 박희태 한나라당 후보와 맞붙어 격전을 치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노무현의 힘' 덕분"이라면서 "노 전 대통령의 안타까운 서거 이후 영남권에선 노무현 사람들의 활동 공간이 넓어진 게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송 후보는 선거 기간 내내 자신을 '노무현 가문의 막내아들'로 소개하며 "MB 심판, 복수투표" 등을 구호 전면에 내세운 뒤 '이명박 대 노무현' 구도로 선거를 이끌었다.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선대위원장을 맡아 양산에서 계속 거주했고, 한명숙·이해찬 전 총리, 유시민 전 장관 등은 선거 지원차 양산을 자주 찾았으며 문재인 전 비서실장, 이병완 전 대통령실 실장, 천호선 전 청와대 홍보수석 역시 유세 현장에서 지역민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서 '왕성한 추격전'에 성공한 송 후보의 의미 있는 선전에 친노그룹 내부에서는 "희망을 봤다"는 감동이 불거지고 있는 분위기다. '한나라당 텃밭'인 영남에서 민주당의 간판을 걸고 한나라당과 소위 당당히 맞짱을 떴다는 것은 향후 내년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자신감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 승리 위한 교두보 마련

이런 분위기를 노려 '민주당이 양산에서 선전을 한 것은 차후 민주당과 친노진영 간의 통합논의에 순기능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미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재보선 승리를 승리를 발판으로 자신이 민주세력의 적통을 자임하고, 친노 그룹과의 대통합을 이끌어 나가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친노진영이 독자적인 정치세력으로 거듭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분석도 시간이 지날수록 설득력을 얻는 분위기다.

실제 친노신당에 가까운 '국민참여신당'은 내년 1월께 창당을 앞두고 있는데, 중앙당 창당준비위원장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난 29일 "내년 자방선거에서 16개 시·도 모두 후보를 낼 것"이라고 공식 언급, '국민참여정당'이 지방선거 이전 진행될 야권의 통합 과정에서 독자적인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 직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1주기를 맞게 됨에 따라 친노진영의 정치세력화는 큰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 정치전문가는 이에 대해 "이번 재선거가 민주당과 친노진영을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하진 않을 것 같다"고 자신했다. 친노신당 인사들 역시 송 후보를 도운 것은 개인적인 인연일 뿐, 민주당과 전혀 상관없다고 목청을 높이는 중이다.

친노계 한 관계자는 "'반이명박' 정서가 상당히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는 상황에서 '반MB 대연합'의 필요성에 따라 이번 선거에서 연대한 것"이라며 "향후 선거에서도 반이명박 정서로 연대가능성은 존재한다"고 전했다.

이런 친노진영을 바라보는 불쾌감 섞인 시선도 물론 엿비친다. '반MB연합'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야권 일각에선 "자체적으로도 당선가능한 후보군을 세우지 않았으면서 '노무현 정서'에만 기대려했던 친노진영의 태도가 양산에 불었던 '반이명박' 민심을 표로 연결시키지 못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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