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위기의 골목상권 해법은 없나
상태바
[르포] 위기의 골목상권 해법은 없나
  • 권희진 기자
  • 승인 2014.03.13 15: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공상인들 “매출약간 늘었지만 큰 도움 못돼”
전문가 “영업제한은 최소한 수단은 되지만 해결책 안돼”
[매일일보 유통 특별취재팀] #.“동네 빵집은 이제 찾기 어렵죠. 장날에 매출이 좋아야 하는데 바로 옆에 프랜차이즈 빵집이 있으니 매출이 크게 뛰지 않아요.”
“수도권에 이케아가 들어서면 한국 가구산업 자체가 흔들릴 게 불 보듯 뻔한데, 소상공인들을 위한 대책이 시급합니다.”

경기도의 한 제과점 주인과 고양시 가구단지 상인들의 입에서 흘러나온 탄식이다.

국내 베이커리 시장은 지난해 중기적합업종 선정에도 불구하고 몇몇 동네 빵집만이 겨우 명맥을 이어갈 뿐, 이미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독식하고 있는 구조다. 또 올해 연말 광명점을 시작으로 국내 가구 시장 진출 초읽기에 들어간 이케아 소식에 중소 가구 업체들은 한마디로 존폐 기로에 놓였다.

▲ SPC의 제과·제빵 프랜차이즈 브랜드 파리바게트와 산하 프랜차이즈 브랜드 등이 도심 주요 상권 뿐만이 동네 골목까지 모두 장악했다. 사진은 서울 강남대로. 정수남 기자 perec@

골목상권, 경기 체감온도 ‘미미’

유통산업발전법이 시행 2년, 중소기업적합업종제도는 시행 3년을 맞았다.

이러한 정부의 규제는 대형마트와 대기업 외식업 출점 제한 등으로 골목상권에 일정 수준 도움을 준 것도 사실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지난 1월 26일(일요일) 대형마트와 SSM이 의무휴업을 실시한 결과, 중소소매업·전통시장의 전체 평균매출은 전주에 비해 12.9%, 평균고객 수도 9.8% 각각 상승했다. 의무휴업 규제 강화가 ‘골목상권 활성화에 도움이 됐다’는 의견도 53.3%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하지만 매출 상승에도 불구하고 소상공인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는 회의적이다.

이들이 지난 1월 느낀 체감경기지수(BSI)는 지난해 12월 BSI에 비해 10.4 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소비수요 감소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고, 이어 △업체 간 과당경쟁 △원재료가격상승 △가격 경쟁력 약화 등도 힘을 보탰다고 공단은 풀이했다.

이와 관련, 엄태기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결국 대기업 규제가 기대 만큼의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결과”라고 운을 떼더니, “대형마트와 SSM의 의무휴업으로 중소 가게들의 매출이 상승했다고는 하지만, 기대만큼은 아니다”고 말했다.

엄 총장은 여기에 대형마트와 SSM에 익숙해져 있는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이 쉽게 바뀌지 않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변종SSM 골목상권 위협

유통법 규제에서 제외된 변종 기업형슈퍼마켓(SSM)의 잠식도 골칫거리다. 서울시는 이를 저지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에 변종 SSM도 유통법 규제에 포함해야 한다고 건의했지만, 지난 1월 24일 통과된 유통법 개정안에는 반영되지 못했다.

변종SSM은 현재 체인화편의점 6205곳, 드럭스토어 230곳, 상품공급점 47곳 등이 영업을 하고 있다.

중소기업연구원은 최근 ‘상품취급점 실태조사 및 정책방안 연구’ 조사 결과를 통해 상품취급점이 하나가 문을 열 경우 주변 소매점은 하루 평균 매출액이 23.3%, 일평균 고객 수는 22.7% 각각 줄었다고 밝혔다.

소매점의 64.3%는 상품취급점과 경쟁관계로, 35.7%는 물품공급관계이고 10평 미만의 소매점에서는 물품공급 관계 비중이 더욱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상품취급점와 골목상권이 경쟁관계에 있다는 것.

중소도매점 역시 상품취급점 입점으로 경영 상황이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연구원은 “정부가 이를 규제하려고 해도 표면적으로는 지분구조가 대형 유통업체와 무관하고 소매점 간 경쟁이라는 성격을 띠고 있어 정책 개입에 어려움이 있다”며 “우선 골목상권보호를 위해 대형 유통점의 간판 사용이나 유니폼을 착용해 소비자에게 혼란을 주는 방식은 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실제 이마트 에브리데이는 지난해 상반기까지 상품취급점 계약이 성사될 경우 이마트 간판을 달 수 있도록 했으며, 이후 이마트 에브리데이의 상품취급점은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아울러 상품공급점도 지난 2012년 100개 수준에서 지난해 말 388개로 1년새 288% 급증했다. 이 가운데 신세계의 신규 상품공급점은 241개로 전체의 83.6%를 차지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상품취급점은 점주의 발주 물량에 따라 이마트 에브리데이가 상품만 공급하는 일반 슈퍼마켓”이라며 “문제가 됐던 간판 설치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하지 않고 있다”며 문제를 일축했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이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가 상품공급을 하면 가격이 낮아질 수 밖에 없다”며 “골목상권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방법으로 변종 SSM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 최근 변종 SSM으로 동네 골목 상권이 초토화 됐다. 서울 방학동의 한 골목. 정수남 기자 perec@

골목상권 보호 현실적 대안은

대형마트 영업제한과 중기적합업종이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수단은 될 수 있지만 해결책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엄태기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대기업의 진정한 사회적 책임을 주문했다.

엄 총장은 “대기업들이 최근 상생을 강조하고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의무휴업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해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대기업 간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그 사이에 끼어있는 소상공인의 고충도 커지고 있어, 대기업들은 격에 맞게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소비자들 역시 편하고 익숙한 대형마트나 SSM을 이용하는 것도 좋지만 소상공인들이 몰락하게 되면 소비자들이야말로 대기업의 ‘을’이 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우용 동반성장위원회 실장은 “엄밀히 따지면 골목상권 살리기 분위기가 정착된 게 아직 1년도 되지 않은 만큼 중기적합지정 효과에 따른 가시적 성과를 기대하기는 이르다”면서도 “우리 사회의 기층세력인 대기업과 동반위, 그리고 소상공인을 비롯한 전통시장이 함께 이 문제를 심도 있게 고민하고 노력하면 시간이 흐를수록 골목상권은 더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