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심장이 아프다고 바로 교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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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심장이 아프다고 바로 교체하나
  • 강수지 기자
  • 승인 2014.03.09 14:1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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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부 강수지 기자
[매일일보 강수지 기자] 자동차 보험료 할인·할증제도가 사고별 ‘점수제’에서 ‘건수제’로 검토되고 있다.

점수제는 피해자의 상해정도나 손해액의 크기 등 사고의 심도에 따라 0.5점부터 4점까지 할증점수가 부과되는 제도다. 반면 건수제는 사고 1건당 3등급이 할증되며, 50만원 이하의 물적사고에는 2등급만 할증된다.

지난달 24일 민병두 국회의원과 보험개발원은 이 같은 내용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박소정 서울대학교 교수는 점수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건수제로 개선했을 때 나타나는 효과를 발표했다. 이후 진행된 토론에서는 다섯명의 토론자들이 각자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이날 토론회의 흐름은 주제를 발표한 박 교수를 시작으로 대부분의 토론자들이 건수제의 찬성 측으로 기울었다. 이에 토론을 지켜보던 한 참석자는 박 교수에게 “보험사들을 대표해 여기 나왔냐”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건수제는 얼핏 좋은 제도로 보이기 쉽다. 하지만 개별 사례로 접근해 자세히 살펴보면 그렇지 않은 부분들이 많다. 교통사고를 줄이고 계약자별 보험료 형평성을 도모하자는 취지는 그럴듯한 포장일 뿐, 실제 적용했을 때 초래하는 부작용들은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고위험이 높은 사람에게 보험료가 증가하기에 전체 계약자의 80%를 차지하는 무사고자들은 보험료가 지금보다 경감된다. 하지만 사고는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듯이 80%에 해당하는 이들도 언제까지 그 범주에 속해 있으리란 보장은 없다. 또 단순 접촉 사고와 사망 사고가 별도의 구분 없이 건당 평가되는 것은 가벼운 사고에도 두려움을 갖게 해 사고율을 낮추는 데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는 단순 접촉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보험 처리를 하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거나 기타 편법으로 일을 처리하게 하는 등 또 다른 부작용을 일으킬 것이다. 이는 보험사들의 보험금 지급률을 낮추는 등 그들의 이익을 돕는 결과를 낳게 된다. 또 상대적으로 사망사고의 책임이 가벼워지는 풍조도 야기할 수 있다.

이 같이 점수제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하려는 건수제에도 갖가지 문제점들이 도사리고 있다. 이에 따라 제도를 바꾸기 전 당면해 있는 현행 제도의 문제점들을 먼저 고쳐 제도를 재정비 하는 것이 우선이다. 외국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다는 것을 앞세워 건수제를 도입한다면 이에 따른 부작용들은 오히려 계속 부각될 것이다. 심장이 아파 병원을 찾은 환자에게 의사는 다른 심장을 이식하기 전 먼저 환자의 심장을 고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상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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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과적분 2014-03-11 16:18:36
강수지 기자님, 기사 잘 봤습니다.
저 역시도 건수제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가져왔습니다.
강 기자님께서 속 시원하게 풀어주셨네요 앞으로도 건승을 빕니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