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경찰 지구대가 혐오 시설이라구요?
상태바
[기고] 경찰 지구대가 혐오 시설이라구요?
  • 이춘만 기자
  • 승인 2014.03.02 13: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수경찰서 수사지원팀장 경위 박봉운

[매일일보] 나는 경찰관이다. 채용 면접 때 면접관으로부터 지원동기를 질문 받았을 때 나는 주저 없이 대답했다.

 
“어릴 때부터 꼭 해보고 싶은 일이었다.”고 면접관은 더 이상 묻지 않았고 나는 36년째 경찰 생활을 해오고 있다.

지금도 가끔 경찰이 된 동기를 질문 받으면 나는 역시 같은 대답을 한다. 그러나 입사 면접 때와는 달리 부언 설명을 한다.

다섯 살 때 길을 잃었었는데 친절한 경찰관 덕분에 집으로 돌아 왔고, 지금도 창영파출소라는 명칭과 얼굴은 떠오르지 않는 김순경 아저씨를 기억하고 있다고.

자라는 동안에도 경찰관들로부터 받은 배려와 은공은 가을에 낙엽이 쌓이듯이 내 기억의 앨범 속에 켜켜히 저장되어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넓은 도로를 다 건너기도 전에 신호등이 바뀌어 당황해 할 때 경찰관 아저씨가 중앙선에서 내 손을 잡고 같이 서계셨던 일,

늦은 저녁 현관문이 잠겨있지 않다며 알려주던 순찰 경찰관, 미국에 거주하는 지인이 십여년만의 방문길에 집을 못찾다가 지구대에 갔더니 순찰차로 집까지 데려다 주더라며 대한민국 경찰관이 최고라는 말을 돌아갈 때까지 입에 달고 다니던 일 등등. 이런 추억들은 가족들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나를 경찰관의 길로 들어서게 했다.

요즘 일부 주민들이 지구대가 있으면 집값이 떨어진다며 옮겨달라는 진정을 한다고 한다.

범죄자들이 드나드는 시설을 집 주변에 두기 싫다는 것이다. 지구대가 주변에서 멀어지면 경찰력의 혜택도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 아닐까?

과연 집값이 상쇄시켜줄 수 있을 것인지 나는 몹시 걱정스럽다.

아이들에게 나는 종종 사막 이야기를 들려주곤 한다. 굳은 날씨가 싫어서 날마다 햇빛이 비치기만 원한다면 종래엔 사막을 견뎌야 할 것이라고 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