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지희 기자] 정몽근 현대백화점그룹 명예회장이 계열사 지분을 팔아 사전에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정 명예회장은 보유하고 있던 현대그린푸드 주식 252만7527주 중 60만주를 지난해 12월10일 매각했다. 이로 인해 그의 지분율은 2.59%에서 1.97%로 낮아졌다.
지난해 8월 제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최대주주인 정교선 부회장의 지분율은 15.28%, 정지선 회장은 12.67%, 정몽근 명예회장 지분율은 2.59%로, 일가의 지분율 합계는 30.5%였으나 정 명예회장의 매각으로 지분율이 29.92%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정 명예회장과 아들인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 정교선 현대백화점 부회장 등 대주주 일가의 보유 지분 합계가 재벌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규제 기준(30%)을 벗어났다.
업계 관계자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총수 일가 지분율 하한선을 30% 정한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 예고된 것이 지난해 10월1일이었고 시행 시점이 올해 2월인 만큼, 입법예고 이후에 규제를 피하기 위한 작업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정 명예회장의 지분 매각은 개인적인 자금 필요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식자재 유통, 기업 단체급식 등의 사업을 하는 현대그린푸드는 현대백화점그룹의 계열사로, 현대백화점에 식품매장에서 판매하는 생식품과 채소 일부, 가공식품 등을 공급한다.
지난해 단독기준 매출액은 1조2000억원으로 추정되며, 이 중 17% 정도가 그룹사와의 거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