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두고 ‘과학적·법적 근거’ 공방전
상태바
의대증원 두고 ‘과학적·법적 근거’ 공방전
  • 이용 기자
  • 승인 2024.04.02 15: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료인 단체 ‘의대증원 관련 소송’ 총 6건
의료계, “정부 2000명 증원 산출 방식 납득 못 해”
政 “의료계가 먼저 증원 감축 근거 대야 협상할 것”
전병왕 중앙사고수습본부 총괄관(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이 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병왕 중앙사고수습본부 총괄관(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이 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정부와 의료계가 의대증원 2000명 규모를 두고,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라며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2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료인 단체가 정부의 의대 증원과 관련해 현재까지 제기한 소송은 총 6건이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는 전날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2천명 증원과 배분 처분에 대해 취소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전국 40개 의대 및 의전원 학생들 1만3057명으로 구성된 단체다.

앞서 지난달 5일엔 전국 33개 의대 교수협의회가 첫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또 전공의·의대생·수험생 교수 등 5명이 낸 소송과 또다른 전공의·의대생·수험생·교수 18명,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도 의대증원과 관련된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달 30일에는 부산의대 교수와 전공의, 학생 196명이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모두 본안 소송과 함께 집행정지를 신청했으며, 이 가운데 네 건의 집행정지 심문이 완료돼 재판부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집단행동에 앞서, 일부 의사 단체는 정부의 2000명 증원이 비과학적이라며 민사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지난 2월 공정한 사회를 바라는 의사들의 모임 관계자들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 보고서에 다수의 계산 오류가 발견됐다며, 해당 기관 및 연구진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보사연은 보건복지부의 용역을 받아 ‘전문과목별 의사 인력 수급 추계 연구’를 수행해 “2035년에는 의사가 2만7000여 명이 부족할 것”이라는 결론을 도출했다. 공의모는 연구진이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근거가 되는 데이터를 자의적으로 설정해 추산하거나 불필요한 가정을 동원하는 방식으로 예측 방법을 의도적으로 왜곡한 것이 아니냐고 주장한다. 공의모가 문제가 삼는 부분은 정부와 정치권이 의대 정원 증가가 타당하다는 주장에 대한 근거로 보사연의 연구 결과를 인용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정부가 제시한 2000명이란 수치가 어떻게 도출됐는지에 대해, 일부 국민마저도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최근 디씨인사이드, 에펨코리아 등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윤석열이 숫자 2000에 집착하는 이유'란 게시글이 관심을 받고 있다. 이번 정부 들어 추진됐던 스쿨존 노란횡단보도 및 회전교차로 2000개 증설, 6급 이하 공무원 2000명 직급 상향, 수입 과일 2000톤 등 정책이 유난히 ‘숫자 2000’에 초점이 맞춰졌단 음모론이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 언론홍보위원장은 “대부분 대학이 제출한 증원 규모 끝자리는 0인데, 강원대는 132명으로 끝자리가 2로 끝났다”고 지적했다. 2000이 나오기 어려운 상황인데, 정부가 해당 수치에 각 대학의 증원 배분을 끼워 맞췄다는 설명이다.

대통령실은 오히려 의료계를 향해 증원 규모를 조정하려는 합리적인 이유를 제안했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전날(1일) KBS TV에 출연해 "2000명 숫자가 절대적 수치란 입장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오랜 기간 동안 절차를 거쳐 산출한 숫자이기 때문에 이해 관계자들이 반발한다고 갑자기 1500명, 1700명 이렇게 근거 없이 바꿀 순 없다“며 ”의료계가 합리적 조정안을 제시해 주면 대화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어떤 연구 방법론에 의하더라도 지금부터 10년 후인 2035년에는 최소 1만명 이상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이다. 증원을 결정하기 전까지 의료계와 충분히 논의를 진행했다고도 덧붙였다. 의료계가 참여하는 다양한 협의체를 통해 총 37차례에 걸쳐 증원 방안을 협의했으며, 의협과 보건복지부 간 협의체에서는 19차례 논의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김성근 위원장은 "의대 증원에 대해 의료계와 많은 논의를 했다고 했으나, 그 내용을 살펴보면 의료계의 의견은 전혀 들어주지 않은 시간이었다"고 반박했다. "해법이 아니라고 말씀드린 '의대 증원 2000명' 부분만 반복적으로 언급되고 있어서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이미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의대정원 증원 정책을 유예하고 정부, 의사단체를 넘어 여야 정치권과 국민이 참여한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주요 내용은 △의대정원 증원 시점을 1년 유예 △증원 규모를 2000명으로 고정하지 않고 △여야와 국민이 추가된 신규 협의체를 꾸려 증원에 대해 새로 논의하자는 내용이다. 해당 단체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95%의 교수는 “과학적, 합리적, 객관적 근거를 바탕으로 의대증원 규모가 결정된다면 논의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