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건설수주경쟁 실종… "분양가 인하도 못 해" 버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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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건설수주경쟁 실종… "분양가 인하도 못 해" 버티기
  • 권한일 기자
  • 승인 2024.04.02 1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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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급사업 목표 대폭 하향… 자체사업 '올스톱'
주택 수주 축소→ 비주택·플랜트·신사업 만회
건설업계를 둘러싼 잠재 부실 우려가 상존하는 가운데 각 사의 차입금 상환 또는 만기 연장 여부가 주요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사진=권한일 기자
고자재값·고금리·미분양 등 삼중고로 건설사들의 신규공사 기피 현상이 심화되고 수주경쟁이 사라졌다. 국내 한 건설현장 모습. 사진=권한일 기자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고자재값·고금리·미분양 확산 등 삼중고로 건설사들의 신규공사 기피 현상이 심화되고 수주경쟁은 사라졌다.

정책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건설사들도 분양가 하향 또는 인하로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나, 건설사들은 이보다는 도급사업 목표치를 대폭 낮추고 자체 사업은 아예 접다시피하는 등 보수경영 기조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굳히고 있다.

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재 건설사들은 높은 자재값과 고점 행진 중인 브릿지론·본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금리를 감당하면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과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발표를 보면 지난 3년간 △레미콘(34.7%) △시멘트(54.6%) △철근(64.6%) △형강(50.4%) △아연도금강판(54.1%) △건축용금속공작물(99.5%) 등 주요 건설용 자재 가격이 대부분 큰 폭으로 올랐다. 이 기간 현장 인건비 또한 약 30%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자재값과 인건비 상승으로 대형·중견 건설사의 시공 원가율(매출 대비 원가 비중)은 95%에 달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 85% 안팎을 유지하던 원가율은 3~4년 만에 10%p(포인트)가량 치솟았다. 

이처럼 수익성이 악화됐지만 조합 또는 발주처가 조합원 분담금 재조정에 난색을 표하거나 기존 책임준공과 공사비 물가연동 배제 특약을 내세우고 있어 공사비 증액이 관철되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발주처 및 원도급·하도급사 간 첨예한 입장차와 갈등이 확산하자 건설사들은 수주 목표를 하향 조정하고, 선별수주 및 사업비 절감 기조를 통해 사업성이 의심되거나 업체간 경쟁에 따른 추가 비용 지출이 예상되는 현장은 입찰을 포기하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금감원 전자공시에 공시된 도급 순위 최상위 건설사들의 올해 수주 목표를 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18조원·전년 대비 6.3%↓) △현대건설(29조원·10.7%↓) △대우건설(13조원·12.9↓) △DL이앤씨(11조6000억원·22.0%↓) 등으로 대폭 낮췄다. 

이 같은 신경영 기조는 공사비와 사업성을 둘러싼 우려가 큰 정비사업 수주 실적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1분기 주요 10대 건설사들 가운데 삼성물산·대우건설·현대엔지니어링·GS건설·DL이앤씨·롯데건설·HDC현대산업개발 등 7개사는 정비사업 수주에 나서지 않았고, 10대 건설사 총수주액은 3조9994억원으로 작년 동기(4조 5242억원)대비 약 12%, 2년 전 동기(6조 7786억원) 대비 약 40% 줄었다.

중견건설사들도 과거 부동산 호황기 때 미분양 리스크를 떠안고 수익성 극대화를 위해 늘려 온 자체사업을 사실상 전면중단한 채 원가 절감과 선별수주에 몰두하고 있다.

대신 건설업계에선 주택 사업이 축소된 빈자리를 산업 플랜트와 친환경 신사업 등으로 대체하거나 물류·데이터센터 등 비주택 부문 경쟁력 제고를 통한 포트폴리오 확장에 나서고 있다.

다만 불경기에도 유지해 온 매출과 기성(시공실적) 증가세는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하락할 전망이다. 박철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2년여 전부터 수주 감소가 이어졌고 특히 실적 흐름을 주도하는 민간 부문에서 PF 위축으로 발주와 수주가 동시에 급감하고 있다"며 "1~2분기부터 건설사들의 매출·기성 상승세가 꺾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건설업계는 PF우발채무의 뇌관으로 불리는 미분양을 놓고 일각에서 제기되는 분양가 인하 해법에 대해서도 난색을 표하는 상황이다. 

A사 관계자는 "최근 분양하는 아파트들은 높은 원가를 떠안고 시공하는 현장이 대부분이고, 원가율 또한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안다"며 "공사비와 여타 비용 등을 고려할 때 대폭 낮추긴 어렵고 수익을 포기하고 분양가를 소폭 낮추는 건 별 효과도 없다"고 일축했다. 

B사 관계자도 "청약 접수 후 미분양분을 털기 위해 분양가를 낮추면 기존 청약자들의 박탈감과 반발로 갈등이 커질 가능성이 높고, 공고 전에 미리 분양가를 낮추는 건 침체된 현시장 상황에서는 별다른 효과도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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