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진짜 ‘핫바지’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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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진짜 ‘핫바지’ 되려나
  • 김경탁 기자
  • 승인 2014.02.26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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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C 기능 이관에 ‘통일준비위’ 발족…왜소화 불가피
▲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2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초청 정책간담회에서 미소짓고 있다.

[매일일보] 2008년 이명박정부 출범 당시 부처 자체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가 기사회생한 후 5년 내내 존재감 상실과 정체성 혼란 사이에서 좌충우돌했던 통일부가 박근혜정부 들어서는 핵심 기능이 청와대로 이관되면서 껍데기만 남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을 받고 있다.

지난해 5~6월 개성공단 폐쇄를 둘러싼 남북 당국자 회담이 성사직전 무산되는 과정에 불거진 ‘격’ 논란과 관련해 류길재 장관이 ‘남한이 핫바지냐’고 일갈했다가 북한으로부터 ‘통일부는 핫바지 맞다’는 조롱을 받았던 통일부는 노무현정부 때만 해도 장관이 부총리급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을 겸임할 정도로 위세가 당당했다.

하지만 이번 정부 들어 5년 만에 부활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가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흡수된 것에 이어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까지 만들어지게 되면서 통일부는 대북정책 주무부서로서 존재감이 더욱 약화되는 모양새다.

더욱이 최근에는 국가안보실 안보전략비서관에 내정됐던 천해성 전 통일부 통일정책실장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낙마하는 일이 벌어져 통일부 내부 분위기를 술렁이게 한 일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5일 취임 1주년을 맞아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대국민 담화’에서 한반도의 통일을 준비하고 남북간 대화와 민간교류의 폭을 넓히기 위해 ‘통일준비위원회’를 신설하겠다고 선언했다.

▲ 국가안보실 안보전략비서관에 내정됐다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낙마한 천해성 전 통일부 통일정책실장.

박 대통령은 통일준비위에 외교·안보, 경제·사회·문화 등 민간 전문가와 시민단체 등을 폭넓게 참여시켜 통일의 청사진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기구의 성격을 ‘대통령 직속’으로 규정, 청와대가 활동을 주도하겠다는 구상을 드러냈다.

통일준비위원회의 역할에 대해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 직속이니 청와대가 중심이 돼서 구체적인 활동계획도 만들고 이를 발표하는 자리도 앞으로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가안보실이 외교안보 분야의 컨트롤타워로 기능하고 있는 것처럼 통일준비위가 통일 관련 전 분야에 걸쳐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문제는 국방정책 작성·조율 외에 군조직 관리기능을 맡고 있는 국방부나 외교정책 작성·조율 외에 재외공관조직 및 영사 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외교부에 비해 통일부가 정부부처로서 맡고 있는 기능이 지나치게 왜소화될 수 있다는 점.

기본적으로 통일준비위 출범에 대해서는 북핵문제나 남북대화, 통일 등 북한 문제를 모두 청와대가 포괄해 다룸으로써 정책이나 집행에 있어 부처간 엇박자를 방지하면서 최종 목표인 통일에 대해 종합적이고도 치밀한 준비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미 남북대화도 청와대와 북한 국방위 사이에 핫라인이 만들어져 진행되면서 통일부의 위상이 많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 상황에서 과거 통일부 장관 선에서 전결처리하던 기능이나 정책 사안이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로 넘어가거나 중복될 경우 혼선과 지연이 벌어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솔솔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통일부의 한 관계자는 “통일부가 있는 상황에서 통일준비위가 정책 기능까지 가져가진 않을 것으로 본다”며, “대통령 직속 위원회는 기본적으로 의견 수렴 역할이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통령 자문기구로서 의견수렴 역할을 하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약칭 민주평통)가 이미 존재하는 상황에서 만들어질 통일준비위의 기능은 ‘의견 수렴’ 이상이 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 지난 14일 판문점 우리측 지역 평화의 집에서 열린 2차 남북 당국간 고위급 접촉에서 양측 참석자들이 전체회의 시작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이날 고위급 접촉은 청와대와 북한 국방위원회 사이에 핫라인이 만들어져 진행됐다. <사진=통일부 제공>

한편 통일부 김의도 대변인은 26일 “통일부와 통일준비위원회는 기본적으로 기능상 중복되거나 상충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며 “통일준비위는 국민적 통일 논의를 수렴하고 통합을 통해 통일 정책 발전을 이끄는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김의도 대변인은 “통일부는 통일 정책의 주무 부처로서 국정운영의 핵심 과제인 한반도 통일시대 기반 구축을 앞으로도 변함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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