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서비스 '멜론' 논란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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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서비스 '멜론' 논란 추적
  • 권민경 기자
  • 승인 2005.10.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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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항의하면 '환불' 고분고분하면 '꿀꺽'

국내 최대 이동통신사 중 하나인 SK텔레콤의 뮤직 사업팀이 지난해 11월부터 실시했던 음악서비스 '멜론' 무료체험 이벤트가 고객들을 우롱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SK텔레콤이 무료 행사기간이 끝나고 유료로 전환하면서 이용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멜론 이용료'를 부과해 수개월 동안 부가 수익을 올려왔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단순한 무료행사인줄 알고 가입했던 일부 고객들은 뒤늦게 청구서에 요금이 부가돼 나온 것을 보고 속았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SK텔레콤이 강하게 항의하는 소비자에게는 환불을 해주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넘겨버리는 이상한 서비스를 하고 있어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측은 공지를 했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것이 없다면서 오히려 고객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무료 행사기간 끝나고 유료로 전환 "얄팍한 상술" 원성
SKT "공지했기 때문에 문제없다. 확인 못한 소비자 탓"

SK텔레콤 멜론 서비스는 휴대전화나 MP3 등에 음악을 다운 받거나 웹 사이트를 통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서비스로 웹 사이트 가입자가 무려3백만 명에 달하고, 이중 유료가입자는 50만 명이다.

소비자들이 SK텔레콤에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것은 사전 동의 없이 고객 정보를 변경하고 적절한 고지 없이 이용료를 부과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본인도 모르는 요금이 부가돼 금전적 손실을 본 것은 물론 믿고 이용해왔던 회사에 대해 실망과 불신이 쌓였다는 것이다.

고객 우롱하는 상술로 이익 챙기려

SK텔레콤을 5년 넘게 이용하고 있는 대학생 김 아무개(24)는 지난 7월 멜론 무료체험 이벤트에 회원가입을 하고 참여했다. 그러나 무료인줄 알고 가입한 이후 지금까지 3천3백 원씩 이용료가 부과되고 있었다.

이 같은 사실을 뒤늦게 안 김 아무개는 "SK텔레콤이 고객들의 서비스 보다는 얄팍한 상술을 통해 이익을 챙기는 데만 몰두했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또 "공지사항을 꼼꼼히 읽지 않은 고객에게도 일부의 책임은 있겠지만 SK텔레콤은 무조건 '나 몰라라' 하는 식"이라며 "대기업이 고객 관리에 이렇게 불성실해도 되냐" 고 불만을 토로했다. 더구나 "가입 후 단 한 차례도 음악을 듣지 않았다" 면서 "고객이 원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유료 전환되도록 만들어 놓고서, 이후에 자신들은 공지를 했다고 발뺌하는 것은 너무나 무책임한 태도"라고 꼬집었다.

회사원 신 아무개(27)는 지난 8월 다른 일로 고객센터에 문의를 하던 중 우연히 멜론 이용료라는 이름으로 만원이 넘는 금액이 빠져 나간 것을 알게 됐다.

상담원의 말에 의하면 신 아무개가 몇 개월 전 멜론무료체험 이벤트에 가입했었고 30일 간의 무료사용 기간이 지나 자동으로 유료로 변경됐다는 것이다.

신 아무개는 그 동안 멜론 사이트에 대해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갑작스레 요금이 부가돼 더욱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고객센터에선 사이트에 공지를 했고 더욱이 멜론 서비스는 '선납결제 시스템'이라 부과된 이용료를 변제해 줄 수 없다고 답변했다. 신 아무개는 이를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고 수 차례에 걸쳐 끈질기게 항의한 끝에 겨우(?) 요금을 환불받을 수 있었다.

신 아무개는 "SK텔레콤은 가입을 원하지도 않은 고객에게 이런 식으로 은근 슬쩍 유료화 시키는 법이 어디있느냐" 며 "이건 명백한 부당 이익이다" 고 비난했다.

SKT '사전 공지' 주장, 태연한 반응

이처럼 소비자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지만 SK텔레콤 측은 모든 책임을 소비자들에게 전가시키고 있어 더욱 원성을 사고 있다.

SK텔레콤 고객센터 관계자는 "이용자들이 멜론 사이트에 접속하면 '무료체험 30일' 및 이후 유료화가 된다고 공지하고 있다"며 "고객들도 공지 및 청구서를 확인할 의무가 있다" 고 주장했다. 또 "어차피 무료이벤트라는 것이 일단 체험을 하게 만들고 이후 유료전환을 하기 위한 것" 이라며 "이는 마케팅의 일종"이라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또 "고객센터로 자신도 모르는 부가요금이 청구됐다며 문의하는 전화가 많다" 고 일부 인정하며 "멜론서비스도 자동 유료전환에 대해 처음에는 이메일로만 공지를 하다가 민원이 계속 발생해 이후에는 핸드폰 문자 서비스를 통해서도 공지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고 밝혔다.

SK텔레콤 백창돈 홍보과장은 "멜론사이트 가입 시와 유료 전환 며칠 전부터 공지를 보내는데 그걸로 충분하지 않느냐" 며 "무료체험이란 것 자체가 일종의 대가성을 띤 것인데 그 이벤트에 가입하는 것은 곧 이용 후 유료전환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무엇이 문제냐는 식으로 일관했다.

백 차장은 또 항의하는 고객에 대해서만 환불해주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지적에 대해 "공지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몰랐다며 항의하는 고객에 한해서 요금을 환불해주는 것도 회사 입장에서는 대단한 소비자 케어의 일종”이라고 답변했다.

또 회원가입 후 한번도 다운로드를 받지 않아도 유료로 전환되는 비합리적인 시스템에 대해서도 "고객들이 가입 후 다운을 받았는지 안받았는지 회사에서 어떻게 아느냐" 며 오히려 되물었다.

계속되는 기자의 질문에 "도대체 소비자 민원이 어디서 들어온다는 것인지"라고 반발하며 "이미 끝난 이벤트를 가지고 왜 문제를 삼느냐"고 불쾌한 태도를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SK텔레콤의 이 같은 불성실한 태도에 '멜론' 유료화 논란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소비자시민모임의 게시판에는 멜론사이트와 관련한 불만사항이 접수되고 있다. 대부분이 무료 이벤트 기간에 서비스에 가입했다가 유료화 사실을 알지 못해 피해를 본 경우다.

게시판에 글을 올린 한 소비자는 "지난 6월부터 지금까지 알지도 못하는 사이 매월 3천 원씩 빠져나가고 있었다" 며 "무료 후 자동으로 유료화 된다고 고지하지도 않고 이런 비열한 방법으로 장사를 하느냐" 며 불만을 표시했다.

또 유료화 전환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는 소비자에게만 환불을 해주고, 그렇지 않고 '고객 책임' 이라는 SK텔레콤의 설명에 어쩔 수 없이 포기하는 소비자에게는 환불해주지 않는 이상한 고객관리에 대한 불만도 잇따르고 있다.

이에 소시모 에서는 "멜론 서비스에 대해 비슷한 피해 소비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어 개선 방안이 필요한 것으로 보여 진다" 고 답변했다.

또 형평성에 맞지 않는 환불관리에 대해서도 "회사 측에서도 가입 고객 중 이런 식으로 모르는 새 요금이 빠져나가는 소비자가 꽤 많음을 알고 있을 것"이라며 SK텔레콤의 미흡한 대응 방안에 강력히 대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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