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전 실종처리 北주민 상속권 첫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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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년전 실종처리 北주민 상속권 첫 인정
  • 김경탁 기자
  • 승인 2014.02.10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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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분단 특수성 인정해야”…유사 소송 잇따를 듯

[매일일보] 민법에는 상속권이 없어진 지 10년이 지나면 상속 회복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지만, 당사자가 북한 주민인 경우 ‘남북 분단’이라는 특수성을 인정해 상속권 행사 기간에 제한을 두지 말아야 한다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이 확정될 경우 이씨처럼 전쟁 와중에 북한으로 끌려가 실종 처리됐다가 생존 사실이 뒤늦게 확인된 북한 주민과 자손들의 상속권 회복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서울남부지법 민사9단독 서영효 판사는 6·25 학도병으로 참전했다 북에 끌려가 36년 전 실종 처리된 이모(1933년생)씨의 탈북자 딸(45)이 “할아버지 상속분을 돌려달라”며 친척들을 상대로 낸 상속재산회복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10일 밝혔다.

전쟁이 치열했던 1950년 9월 중학생이던 이씨는 북한으로 끌려갔고 1977년 법원으로부터 실종 선고를 받아 제적에서 말소됐다. 이씨 아버지(1961년 사망)의 충남 연기군 선산 5만여㎡는 실종 선고 이듬해인 1978년 어머니와 다른 자녀들에게 상속됐다.

그러나 이씨는 2004년 5월 중국 연길에서 동생과 사촌 동생 등과 상봉했고, 가족들도 그가 북한에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만 남한 가족과 만난 사실이 들통나 조사를 받다 2006년 12월 고문 후유증으로 사망했다.

북한에서 태어나 자란 이씨의 딸은 이듬해 북한을 탈출해 2009년 11월 남한으로 입국했고 이후 “조부가 재산을 물려줄 때 부친이 살아있었으니 상속 자격이 있었고 나도 유산을 상속받을 권리가 있다”며 2011년 친척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는데, 재판에서는 36년 전 실종 처리됐던 이씨의 상속자 자격이 유지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북한 주민도 상속회복 소송을 낼 수 있도록 한 ‘남북 주민 사이의 가족관계와 상속 등에 관한 특례법’은 친생자관계확인소송이나 인지청구소송의 경우 ‘분단 등 소송을 내는 데 장애가 없어진 지 2년 이내’로 소송 가능 기간을 제한하고 있어 학계 일각에서는 상속회복 소송도 민법 조항을 따라 10년 제한을 둬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서 판사는 “특별법은 분단이라는 역사적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민법을 그대로 적용하면 북한의 상속인이 사실상 상속권을 박탈당하는 가혹한 결과가 초래된다는 점을 고려해 제정됐다고 보이며 이에 따라 10년 제한을 두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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