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 '위해사범'
사건만 저지르고 책임은 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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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 '위해사범'
사건만 저지르고 책임은 안진다
  • 김상영 기자
  • 승인 2005.10.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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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향숙 의원, 벌금 체납 316개업체 17억원 규모

의약품, 식품, 의료기기, 화장품산업은 국민의 건강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때문에 각각의 영역별로 약사법, 식품위생법, 의료기기법, 화장품법 등에 의해 업무의 한계와 범위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고, 위법행위가 적발됐을 경우 주무관청인 식품의약품안전청은 행정처분을 내려 일정 기간 이상 업무에 복귀할 수 없도록 제한하거나, 과징금·과태료(이하 ‘벌금’)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가하고 있다.

국민건강과 관련이 있는 만큼 엄격한 도덕성과 기업윤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장향숙 열린우리당 의원에 따르면 일부의 경우에는 위법행위를 저지르고도 고의로 벌금을 납부하지 않거나 회피하는 등 기업의 윤리와 도덕성을 상실한 업체가 상당수 있고, 그 유형도 다양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첫 번째 유형. ‘뻔뻔형’>
“돈이 있어도 벌금은 낼 수 없다”

과징금이나 과태료를 납부하지 않는 업체들 중에 가장 문제가 있는 유형이 ‘돈이 있어도 벌금은 안내는’ 업체들이다. 이른바 ‘뻔뻔형’이다.

의료기기제조업체인 한미스위스광학(주)은 2005년 4월 ‘시력보정용안경렌즈’를 허가 받지 않은 제조업소에서 만들어 판매하다가 의료기기법 6조, 11조, 19조 위반으로 업무정지 6개월에 벌금 5천만원을 부과 받았지만 납부기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돈이 없다는 이유로 벌금을 납부하지 않았다.

한미스위스광학(주)은 2004년 생산실적만 280억에 달할 정도로 우량업체이다. 이런 업체가 5천만원이 없어서 벌금을 납부하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같은 의료기기 업체인 (주)대영메디칼은 의료용 X-선 장치 7대를 허가 받지 않고 수입해 판매한 혐의로 2005년 2월 약사법 34조 위반으로 6개월 수입업무정지에 벌금 5천만원을 부과 받았다.

이 회사 역시 2004년 수입실적만 400만 달러에 달하지만, 역시 돈이 없다는 이유로 납부기한까지 벌금을 내지 않았다. 이외에도 회사의 규모나 생산활동을 기준으로 봤을 때, 충분한 재정적 여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벌금납부를 회피하는 기업들이 다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번째 유형. ‘나몰라라(재범)형’>
“이미 적발된 상태이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또 위법행위 저질러”

두 번째는 ‘나몰라라(재범)’형이다. 이미 위법행위를 저지르고 행정처분을 받았지만, 벌금도 내지 않은 상태에서 또 다시 적발되는 경우이다.

제약업체인 한국웰팜(주)는 2002년 품질검사장비 미비로 인해 3개월 업무정지에 3천500만원의 벌금처분을 받은 상태였지만, 납부하지 않고 있다가 2004년 8월 또다시 무허가로 향정신성의약품인 ‘덱스트롬메토르판 단일제’를 제조판매하다 적발돼 또다시 6개월 업무정지에 5천만원의 벌금을 부과받고, 현재까지 납부하지 않고 있다.

의료기기업체인 이수테크(주) 역시 2003년 7월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과대광고를 하다가 적발돼 4개월 업무정지에 720만원의 벌금을 부과받은 상태에서 불과 20여일 후에 또다시 허위과대광고로 적발돼 업무정지에 벌금 360만원을 추가로 부과받았지만, 현재까지 벌금을 납부하고 있지 않아 대표적인 ‘나몰라라’ 유형의 하나로 꼽힌다.

<세번째 유형. ‘대형사고형’>
“국민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큰 위법행위들”

국민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큰 위법행위를 저지르는 경우인 ‘대형사고형’의 예를 보면, 식품수입판매업소인 (주)고려양주는 수입식품에서 신고되지 않는 식품첨가물이 검출되어 식품위생법 16조 위반으로 2005년 1월 업무정지 45일에 4천620만원의 벌금을 부과 받았지만 현재까지 납부하지 않고 있고, 제약업체인 경진제약사는 품질검사도 안하고 약품을 제조·판매하다 약사법 위반혐의로 부과된 4천460만원(업무정지 6개월)의 벌금을 현재까지 납부하고 있지 않는 등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해가 될 수 있는 위법행위를 저지르고도 아무런 책임도지지 않는 기업들이 다수 나타나고 있다.

<네번째 유형. ‘부도?폐업형’>
“회사부도나 폐업으로 벌금을 받아내기가 어려운 경우”

‘부도·폐업형’은 그나마 가장 동정을 받을 수 있는 유형에 속한다. 경영상의 어려움 등 여러 가지 이유로 회사가 부도나거나 휴업상태에 있어 벌금을 납부하기 어려운 경우들이다.

현창제약(주)의 경우 1998년부터 2005년까지 3차례에 걸쳐 위법사실이 적발돼 총 8천5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 상태이지만, 2001년부터 휴업상태에 들어가 벌금을 내기가 불가능한 상태이고, 마찬가지로 의료기기업체인 (주)인포메드 역시 무허가 의료용영상기기 판매 등의 혐의로 2003년 이후 3차례나 적발됐지만 지난 3년간 생산실적이 전혀 없는 등 사실상의 폐업상태로 3천490만원의 벌금을 현재까지 납부 못하고 있다.

<다섯번째 유형. ‘먹튀형’>
“사건만 저지르고 도망간다”

마지막 유형인 ‘먹튀형’은 말 그대로 ‘사건만 저지르고 도망가는’ 유형이다. 의료기기업체인 (주)국제메디칼은 2004년 1월 무허가 의료기기를 수입판매한 혐의로 수입업무정지 16개월에 5천만원의 벌금이 부과된 상태에서 같은 해 6월 주름살제거수술용 실을 제조판매하다 적발된 후 도주하여 종적을 알 수가 없는 상태로 대표적인 ‘먹튀형’에 속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청 자료에 의하면, 이상과 같이 위법행위를 저지르고도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있는 업체들이 2005년 8월말 총 316개소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이 저지른 위법행위는 총 397건이나 되는 상태이고, 벌금액수만 총 17억7천400여만원에 달한다. 또한 현재까지 이들이 체납한 금액은 총 16억8천600여만원으로 체납기간 별로 보면, 5년이상 벌금을 납부하지 않고 있는 경우가 14건, 3∼5년이 58건, 2∼3년이 44건, 1∼2년이 77건 등이고, 나머지 202건은 1년 이내인 경우이다.

이들 업체 중 두 번 이상 적발된 업체도 32개 업체나 되고, 3번 이상 적발된 업체도 2개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벌금규모가 천만원 이상인 업체도 40개 업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장 의원은 "과징금을 기한 내에 납부하지 않는 업체에 대한 행정처분(업무정지)을 강화해야 한다"며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기한 내에 과징금을 납부하지 않을 경우, 강제로 업무정지를 적용하는 등의 행정처분 강화방안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 과징금·과태료란?
업체의 위법사항이 적발되면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위법행위의 경중을 따져 일정 기간 이상의 업무정지 등 행정처처분을 내린다. 업무정지 처분을 받을 경우, 업체의 입장에서는 경영상의 손실이 크기 때문에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여 돈으로 대신 납부하고 업무는 계속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때 매겨지는 금액이 과징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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