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우조선 인사 비공개가 유감인 까닭
상태바
[기자수첩] 대우조선 인사 비공개가 유감인 까닭
  • 정두리 기자
  • 승인 2014.01.21 16: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산업부 정두리 기자.
[매일일보 정두리 기자]지난해 납품비리로 곤욕을 치른 대우조선해양이 2014년 정기 임원인사를 결국 비공개로 처리했다.

대우조선은 통상 연말에 실시하는 임원인사를 1월이 지나서도 공개하지 않고 미뤄오다 지난 17일 임원 승진 대상자에게만 내부적으로 통보했을 뿐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이유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대우조선은 그동안의 부정적인 관행을 철저하게 단절시켜 향후 투명한 경영을 추구하는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천명했다.

그 이면에는 지난해 납품비리로 사건사고를 일으킨 임원진들의 내부잡음이 컸다. 이와 관련 대우조선의 임직원 중 상무급 이상의 임원 60여 명은 지휘 책임 차원으로 고재호 대우조선 사장에게 일괄사표를 제출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기 임원인사가 외부에 공개되면 어떤 임원의 사표가 수리됐는지, 임원들의 승진 폭은 어떠한지 속속들이 알려지게 된다.

기업 분위기 제고를 위한 대대적인 단행이 이뤄지지 않겠냐는 시선을 받아온 대우조선 입장에서는 여간 부담스러운 상황이 아니었던 것.

결과적으로 유감스러운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이는 새해를 맞아 ‘윤리경영 실천’을 가장 중요한 정책분야로 꼽았던 대우조선의 모습과는 판이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앞으로 대우조선의 행보를 기대한 많은 이들의 실망감도 적잖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작년에 여러가지 좋지 않은 사건사고가 많았기 때문에 이번 인사는 조용히 넘어가는 게 좋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하지만 임원 승진폭은 전체적으로 전년대비 5% 줄었다”고 설명했다.

대우조선 측의 입장에서 보면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런 소극적인 행보를 가정했다면 윤리경영을 사업계획의 맨 첫 번째로 제시하며 그들이 표현했던 ‘철저한 의지’를 드러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혹여 내부 반발을 고려해 임원승진을 단행한 것이라면 애초 조직개편안에서 밝힌 ‘세계적으로 윤리경영의 모범이 되겠다’는 다짐은 시기상조에 불과하다.

현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전년과 대비한 수치 비교가 아닌, 이해관계자들의 신뢰를 되찾는 길이 먼저다.

대우조선이 분위기를 쉬쉬하고자 심사숙고 끝에 내렸을 이번 결정에는 리스크가 분명 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