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 vs. TRUTH…역사교과서 논쟁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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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T vs. TRUTH…역사교과서 논쟁에 대한 단상
  • 이선율 기자
  • 승인 2014.01.14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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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일제의 식민침략을 정당화하고 친일파·독재자의 악행보다 ‘긍정적인 면’을 강조하는 과정에 기초적인 사실 부분에도 심각한 오류·왜곡을 다수 드러내 낸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에 대한 교육당국의 검인정에서 시작된 역사교과서 논란이 결국 국정 전환 검토로 이어졌다.

김희정 새누리당 의원은 13일 교과서 체제 개선 관련 당정협의 결과 브리핑에서 “사실(FACT)은 하나”라며 “사실에 기초한 기술, 균형 잡힌 역사인식 담보라는 두 가지 원칙에 기반해 발행 체계에 대한 정밀한 점검과 폭넓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수준 높은 교과서 제작을 위한 개선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김 의원이 말한 “사실은 하나”라는 말에는 전적으로 공감하지만, 이 명제가 국정교과서 전환 추진과 맞물리는 논리적 귀결이 일단 의문이고, 교육부 측이 교과서 채택 철회 관련 ‘외압’을 문제 삼은 것도 잘 납득이 되지 않는다.

한 고교 역사교사의 양심선언에서 드러났듯이 ‘채택 과정의 외압’에 대해 무관심하던 교육부가 학부모와 교사, 학생, 졸업생 등 학교 구성원들의 학교 위상 실추에 대한 우려와 반발 그리고 이에 호응한 외부단체의 비판 목소리만을 외압으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은 하나”라는 김희정 의원의 명제로 돌아와 이야기하자면, ‘역사’는 수많은 ‘사실’을 역사관(관점)에 기반한 서사(이야기) 구조로 재구성해 ‘진실’이라는 맥락을 드러내는 과정인데, 국정교과서 전환은 이 관점을 집권세력 입맛대로 획일화하겠다는 의미이다.

김희정 의원은 “교과서로 많이 채택된다고 반드시 좋은 교과서는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채택률 0%로 향해가는 교학사 교과서를 옹호했지만 교과서 채택 철회를 요구한 학내외 구성원들은 이 교과서가 ‘나쁜 교과서’라고 입을 모았다.

교육부의 수정권고∙명령을 거쳐 검정 승인을 받은 교학사 교과서는 오·탈자 등 단순 오류가 아닌 내용 등 추가 수정 건수가 751건에 달했는데, 이는 다른 출판사들(5~86건)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아 검정심의를 다시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나온다.

교학사 교과서에서 논란이 된 부분 하나만 예를 들자면, ‘위안부들이 일본군을 따라다녔다’는 식으로 서술한 부분은 이 교과서의 저자가 일제의 위안부 강제동원이라는 ‘진실’을 은폐·왜곡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다.

일부 언론에서는 교학사 교과서 채택철회에 대해 ‘좌파사학의 획일주의’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사실 역사교과서 채택문제를 두고 ‘우편향이니, 좌편향이니 ‘이념’을 논하는 ‘정치적 문제’로 변질되버리면, 사실과 진실을 보는 시각이 편향될 위험이 있다.

사실 학교가 진정 원했던 것은 아이들에게 사실에 입각한 ‘균형적인 역사의식’을 심어주는 것이다. 오류투성이 교과서를 가지고 학생들에게 역사를 가르치고 싶은 선생님은 없을뿐더러, 그러한 교과서로 교육받은 학생들에게 다양한 사고, 창조정신이 길러지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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