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혁연대 “이건희, 유전무죄라도 세금은 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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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개혁연대 “이건희, 유전무죄라도 세금은 내야”
  • 김경탁 기자
  • 승인 2009.10.15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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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끝나지 않은 삼성특검 사건…이건희 전 회장 차명재산 과징금 징수 요구

▲ 이건희 전 삼성 회장
지난 8월14일 서울고등법원 형사4부가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 발행 등 혐의로 기소된 이건희 전 삼성 회장에게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원을 선고한 것에 대해 특검과 삼성 양측이 모두 항소를 포기, 형이 확정됨에 따라 특검의 활동은 모두 종료되었다.

하지만 이 문제를 처음부터 물고늘어졌던 경제개혁연대는 아직 사건이 모두 끝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아무리 ‘유전무죄·무전유죄’가 이 나라의 불문율이라고 하더라도 법에서 정한 세금은 내야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경제개혁연대는 12일 이건희 전 회장이 차명으로 보유하고 있던 계열사 주식을 실명 전환한 사실과 관련하여 금융위원회에 공문을 보냈다. 이 공문을 통해 경제개혁연대는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금융실명법) 부칙 제6조 제1항에 따른 과징금 원천징수 여부를 묻고, 과징금을 징수하지 않았을 경우 금융위가 적법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청했다.  

지난해 4월 17일 삼성특검은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그룹 전 현직 임원 486명 명의의 1199개 차명계좌에 4조 5373억 원 상당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재산은 이건희 전 회장이 선대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상속 재산이라고 밝혔다.

당시 수사결과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초기에는 (특검에) 출석한 차명 임원들의 입을 통해 본인들의 개인재산이라고 주장하다가, 일정한 시점 이후부터는 차명계좌에 들어 있는 자금의 성격에 대해 이건희 회장이 선대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상속 재산을 관리하고 있는 재산이라고 주장”했고, 특검은 동 자산을 이 회장의 상속재산으로 평가하고 처벌법규를 모색해왔다.

이후 이건희 전 회장은 작년 말과 올해 초 삼성생명 주식 324만4800주, 삼성전자 보통주 224만5525주 및 우선주 1만2398주, 삼성SDI 주식 39만9371주 등을 실명으로 전환했다고 공시했다.

실명 전환 재산, 과징금 부과 대상…350억∼800억원 추산 
 
그런데, 금융실명법은 부칙 제6조 제1항에서 “금융기관은 기존금융자산의 거래자가 이 법 시행(1997.12.31) 후 그 명의를 실명으로 전환하는 경우에는 종전의 긴급명령 시행일(1993.8.12) 현재의 금융자산 가액에 100분의 50을 적용하여 계산한 금액을 과징금으로 원천징수하여 그 징수일이 속하는 달의 다음 달 10일까지 정부에 납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기존금융자산’이란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긴급 재정경제명령(이하 긴급명령)이 시행된 1993년 8월 12일 이전의 자산을 말하고, ‘그 명의를 실명으로 전환하는 경우’라 함은 금융실명법이 시행된 1997년 12월 31일 이후에 실명 전환한 것을 말한다.  

따라서 이건희 전 회장이 1987년 선대 회장 사망 시부터 차명상태로 상속받은 것으로 확인된 삼성생명 주식 324만 4,800주는 긴급명령이 시행된 1993년 8월 12일 이전의 ‘기존금융자산’에 해당되고, 상기 주식을 2008년 12월 31일 실명으로 전환한 것은 ‘금융실명법 시행 이후에 그 명의를 실명으로 전환하는 경우’에 해당되어, 금융실명법 부칙 제6조에 1항에 따른 과징금 원천징수 대상이라는 것이 경제개혁연대의 해석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특검은 지난해 4월 발표한 수사결과에서 “이건희 회장은 1987년 선대 이병철 회장 사망시 삼성생명 지분을 차명으로 상속받아, 1998년 그 중 일부 지분을 매매의 형식을 빌어 이건희 회장 자신의 명의로 변경하였고, 그 중 일부 지분은 에버랜드에 저렴한 가격으로 매도한 사실은 인정됨”이라고 발표했다.

경제개혁연대가 드는 또 하나의 근거는 현 민주당 대표인 정세균 의원이 1999년 9월 발표한 ‘정책자료집 4’ 「재벌정책의 방향과 정책과제」에서 금융감독원 자료를 인용해 게재된 1994년 1월 현재 삼성생명의 주요주주 명단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이중 임직원 명의의 개인주주 지분은 1998년 매매 형식을 빌어 실명전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계좌개설 이후 최근까지 단 한 번도 거래가 이루어진 적이 없음을 감안할 때, 이들 개인주주의 지분은 모두 1987년 선대 이병철 회장의 사망 시부터 차명되어 온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또한 “삼성 측의 설명과 특검의 판단을 종합할 때, 2009년 2월 18일 실명전환 한 삼성전자와 삼성SDI 주식의 상당부분 역시 선대 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은 주식일 가능성이 커 과징금 원천징수 대상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이 경우, 해당 주식계좌가 개설되어 있는 금융기관은 긴급명령 시행일(1993년 8월 12일) 당시의 금융자산 가격에 100분의 50을 적용하여 계산한 금액을 과징금으로 원천징수하고 그 다음 달 10일까지 이를 국가에 납부해야 한다.

또한 금융위원장은 금융기관이 과징금을 기한 내에 납부하지 않거나  미달하게 납부한 경우에는 그 금융기관으로부터 납부하지 않은 과징금 또는 미달한 과징금 외에 그 과징금의 100분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가산금으로 징수해야 한다.(금융실명법 부칙 제6조 제1항 및 제3항).
 
경제개혁연대는 이상의 사실들과 관련해 금융위에 공문을 보내 △해당 금융기관의 과징금 원천징수 및 납부 여부, △원천징수 했을 경우 구체적인 내용 (해당 금융기관, 징수시기 및 금액), △원천징수 하지 않았을 경우 과징금 징수대상 여부에 대한 금융위의 판단과 이후 조치계획 등을 질의했다.

삼성 “과징금 대상 아냐” vs 경제개혁연대 “무슨 근거로?”

경제개혁연대 김홍길 연구원은 14일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과징금 원천징수시 징세기준은 해당 법이 시행된 1997년 12월 31일 현재의 주식가격으로, <한겨레> 추산에 따르면 삼성생명 주식의 경우 350억원 정도가 과징금으로 부과될 것으로 예상되며, 삼성전자와 삼성SDI주식까지 더하면 총 과징금은 800억원에 이르게 된다”고 말했다.

이 문제와 관련해 삼성그룹 측은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가명이나 무기명에서 실명으로 전환된 경우는 과징금 부과대상이지만 차명에서 전환된 것은 부과대상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가명·무기명과 차명(남의 명의)을 구분하는 해당 법조항이 뭐냐는 질문에는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현행법에서 ‘실명으로 전환하는경우’라는 문구만 있을 뿐 가명·무기명과 차명을 나누는 조항을 찾을 수는 없다.

삼성그룹 측의 답변에 대해 김홍길 연구원은 <파이낸셜투데이>와 전화통화에서 “무슨 근거로 그런 주장을 하는지 모르겠고 관련법을 다시 검토해보겠다”며, “현재까지 검토한 바로는 과징금 대상이 아닌 경우는 비상장 주식인 삼성생명 주식이 계좌가 아닌 현물 형태로 보관됐을 경우뿐인데, 특검 발표로 봐서는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제개혁연대 김영희 변호사는 삼성특검 재판의 최종결론과 관련해 지난 9월 <한겨레21> 칼럼을 통해 “삼성특검은 이건희 전 회장에게 삼성생명 주식 등 차명재산과 에버랜드 수장고 미술품 등을 합법화해주는 혜택을 안겨줬다”고  지적한 바 있다.

김영희 변호사는 “삼성특검 파기환송심 판결의 최소한의 의미는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범죄행위가 동원된 것이 법원 판결로 확인됐다는 점”이라며, “어쨌든 실제 처벌 효과는 없다고 하더라도, 이건희 전 회장에게 227억원 상당의 배임죄 유죄판결이 내려진 것은 이재용씨로 경영권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불법이 있었음을 확인한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김 변호사는 특히 “그동안의 과정을 살펴보면 얼마나 힘들게 이런 결론에 도달했는지 한숨이 나올 지경”이라며, “모든 과정이 이건희 전 회장이 구속되는 일은 없도록 하기 위한 검찰과 사법부의 필사적인 노력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투데이=매일일보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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