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ESG기준원 유한양행 통합등급 A… ‘우수’ 평가
블록버스터 신약 ‘렉라자’… 내년 상반기 건보 적용 예상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유한양행이 올해 3분기 일찌감치 누적 매출 1조를 돌파하고, ESG경영 부문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이어 블록버스터 신약의 매출 성과도 눈앞에 둬 ‘업계 탑 티어’의 입지를 굳힐 전망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의 3분기 별도기준 잠정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10.5% 증가한 4689억원이다. 영업이익은 69억원으로, 53.7% 증가했으며, 당기순이익은 128억원으로 129.5% 증가했다. 3분기 누적 매출은 지난해 동기보다 7.2% 증가한 1조3824억원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3분기만에 ‘1조 클럽’ 진입에 성공했다. 누적 영업이익은 508억원이며, 149.9% 늘었다.
호실적의 주요 원인은 전반적인 사업 부문의 성장이다. 처방의약품(ETC), 생활유통사업, 해외사업 부문 등이 골고루 성장하면서 실적 증가세를 이끌었다. 생활유통사업 부문의 3분기 매출이 59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1.3% 성장했다. 같은 기간 해외사업 부문은 33.%% 성장해 586억원을, ETC 사업부문은 4.4% 늘어난 2993억원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ESG 관련 지표에서도 우수 등급을 받아 ‘착한 기업’의 명예도 굳혔다. 유한양행은 올해 한국ESG기준원으로부터 2023년도 ESG통합등급 A를 받았다. 기준원의 등급은 높은 순서대로 S, A+, A, B+, B, C, D 등 총 7개로, A등급 이상부터 ‘우수’ 기업으로 평가 받는다. 제약업계에선 A이 최고 등급이다. 기준원은 환경, 사회, 지배구조 분야별로 등급을 매기며, 이를 종합해 ‘통합등급’을 산출한다.
지난해 통합등급 B+를 받았지만, 올해는 다양한 사회활동 및 직원 복지를 확대한 결과, 올해 환경 B+, 사회 A, 지배구조 A, 통합 등급 A를 획득해 지난해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앞서 유한양행은 국내의 사회문제로 급부상한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출산축하금 제도'라는 사내 복지제도를 실시해 대중들의 찬사를 받은 바 있다. 8월 1일부터 임직원이 자녀 1명을 출산하면 1000만원을 지급하며, 쌍둥이일 경우 200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올해 1월 1일부터 7월 31일까지 출생한 아기가 있는 임직원에게도 500만원을 지급한다.
시장 출시를 앞두고 있는 신약 파이프라인이 여럿 존재하는 만큼, 유한양행의 성장세는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한양행은 3분기 경영실적 보고서를 통해 현재 진행 중인 주요 혁신신약 파이프라인 10개를 소개했다. 그중 1조 가치의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성장할 것으로 평가 받는 폐암 신약 렉라자는 매출 발생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렉라자는 지난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약평위는 렉라자 건보 적용을 2차에서 1차 치료제로 확대하는 안건에 대해 급여 적정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향후 건강보험공단과 약가를 협상한 후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 심사를 거처 1차 치료제 급여가 최종 확정될 전망이다.
앞서 각종 규제 기관의 심사도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지난 6월엔 1차 치료제로 허가받았고, 8월에는 심평원 암질환심의위원회 통과, 10월에는 약평위 심의를 통과하는 등 반년도 안 되는 사이에 빠르게 각종 기관의 인정을 받았다.
무엇보다 유한양행은 건강보험 급여 처방 가능 시점까지 환자들에게 '무상으로 약제를 제공'한다는 파격적인 방침을 내세운 상태다. 즉 이번 3분기 매출은 높은 경제적 가치를 지닌 렉라자의 매출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기록인 셈이다. 건강보험이 없을 경우 부담해야 할 약값은 연 7000만원이다. 현재 500여명이 혜택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렉라자는 늦어도 내년 상반기쯤 건보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학계에서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최근 국제 암학회에선 렉라자를 병용한 임상시험을 통해 우수한 치료 효과가 확인됐음을 밝혔다. 지난달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개최된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ESMO)에서 조병철 신촌세브란스병원 연세암병원 폐암센터장은 렉라자와 리브리반트의 폐암 1차 치료 효과를 담은 마리포사 임상시험 데이터를 발표했다. 조 교수는 리브리반트와 렉라자 병용요법이 타그리소 단독요법보다 질병이 진행하거나 사망할 위험을 30% 낮췄다고 밝혔다.
지난 13일에는 렉라자 국내 1차 치료제 허가 근거가 된 LASER301 임상3상에서 뇌 전이 효과를 분석한 하위그룹 결과가 국제폐암연구협회(IASLC) 공식 학회지인 흉부종양학회지(JTO)에도 게재되기도 했다.
이세훈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렉라자 이전에는 3세대 치료제가 타그리소 하나뿐이라 옵션이 제한적이었다. 효과적인 3세대 옵션이 추가돼 4기 뇌전이 환자에게 치료 선택지를 늘렸다는 것만으로도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