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패권 경쟁’ 확전…글로벌 룰 메이커 노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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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패권 경쟁’ 확전…글로벌 룰 메이커 노려라
  • 최동훈 기자
  • 승인 2023.09.18 1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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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V·6G 등 신사업분야 표준화 활동 적극 추진
정부도 ‘산업 초격차’ 확보위한 정책적 지원 박차
현대자동차, 기아와 국내외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 등 17개사의 관계자들이 지난 4월 6일 마북 인재개발원에서 차량용 제어기 소프트웨어 개발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자간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현대자동차, 기아와 국내외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 등 17개사의 관계자들이 지난 4월 6일 마북 인재개발원에서 차량용 제어기 소프트웨어 개발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자간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매일일보 = 최동훈 기자  |  최근 국가간 기술패권 경쟁이 표준 선점으로 확전된 가운데 한국도 시장 지배력 강화를 위한 표준 주도자, 이른바 ‘룰 메이커(rule maker)’를 노린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민관 주체는 각 산업에서 자체 기술을 국내외 표준으로 수립하기 위한 전략을 펼치는 중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소프트웨어(SW) 기술로 완성차를 전반적으로 관리·제어하는 개념인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에 관한 국내 표준화에 힘쓰고 있다. SDV 개념이 적용된 차량은 원격으로 차량 성능을 꾸준히 추가·개선하며 고객 경험을 확장하고 수익성을 강화할 수 있는 장점을 갖췄다.

국내 완성차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갖춘 현대차그룹은 SDV 역량 강화를 가속하기 위해 파트너사들과 협력해 기술 표준 수립에 나선 상태다. 지난 4월 계열사, SW 전문 외부 기업 등 17개사가 모여 컨소시엄을 구성한 후 SDV 개발 솔루션의 표준화를 추진 중이다. 협력 주체간 기술 교류를 통해 도출한 표준을 공용화해 개방형 SDV 개발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목표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통해 국내 SDV 관련 기반을 구축하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사업 경쟁력을 더욱 빠르고 효율적으로 개선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김용화 현대자동차그룹 최고기술책임자(사장)는 “SDV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기술력 바탕의 발 빠른 시장 대응이 필수”라며 “우수한 협력사들과 협업을 강화하고 상호 기술교류를 통한 동반성장을 통해 보다 진보된 SDV를 고객에게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국제 표준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최근 국내 산업에서 글로벌 표준 선점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분야가 6세대(6G) 통신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는 오는 2030년 국제표준기구를 통해 확정될 6G 국제표준을 확보하기 위한 활동을 전개 중이다. 6G 시대 핵심 기술로 꼽히는 오픈랜(하드웨어·소프트웨어 분리)을 공동 개발하는 동시에 주파수 등 관련 기술 개발, 6G 응용사업 구상 등에 힘쓰고 있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는 6G 표준화 전략을 분석한 논문을 통해 “표준은 기술개발 결과를 시장에 연결하는 다리(Bridge) 역할을 한다”며 “이에 따라 기술 패권 경쟁 시대에 글로벌 표준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국제 표준화 전략을 펼치는데 있어 민간 자력만으로는 쉽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관 협력이 필요한 이유는 기업별 ‘각개격파’ 중인 표준화 전략이 정작 국가경제 기여도는 낮은 등 비효율을 보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기업의 기술개발과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결합될 때 표준선점의 목적을 더욱 신속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미국 정부도 지난 5월 민간기구 중심으로 이뤄졌던 신기술 표준화 활동의 새로운 전략을 직접 발표하며 표준 선점을 통한 기술패권 경쟁 우위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국가간 패권 경쟁의 전장이 표준 분야로 확장했다는 분석이다.

한국기술혁신학회에 등재된 논문 ‘표준의 경제성장에 대한 기여 분석’의 집필진은 “표준의 양적인 성장보다는 경제 및 기술적 파급력이 높은 기술의 표준화에 자원과 노력을 집중함으로써 표준의 (경제) 성장 기여도를 높이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이 같은 산업 국면을 고려해, 최근 국내 산업 경쟁력 강화의 핵심 화두인 ‘초격차’ 확보를 목표로 표준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지난 3월 산업통상자원부가 수립한 ‘산업대전환 초격차 프로젝트’가 주요 사례다. 이 프로젝트는 반도체, 이차전지, 미래모빌리티 등 11개 핵심투자분야를 선정한 후 민간 주도로 초격차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 과제를 도출하면 정부가 과제 수행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정부는 현재 성장 중인 분야로서 표준 선점을 통한 시장입지 강화의 기회가 남아 있는 산업을 선제적으로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진종욱 국가기술표준원장은 “첨단기술 패권경쟁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표준이 활용된다는 것은 표준의 중요성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이라며 “산업정책과 연계한 표준화 전략수립을 통해 첨단산업의 초격차 경쟁력 확보를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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