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글로벌 산업계, 표준 선점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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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글로벌 산업계, 표준 선점 경쟁
  • 최동훈 기자
  • 승인 2023.09.18 1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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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EU 규제에 외부 충전규격 10여년만에 도입
테슬라, 자체 전기차충전규격 ‘북미표준’ 도입 성공
표준선점 못하면 ‘기술 종속’ 처해…패권경쟁 치열
애플이 USB-C 충전 규격을 적용한 후 출시한 아이폰15(왼쪽)과 에어팟 프로 2세대. 사진=애플코리아 제공
애플이 USB-C 충전 규격을 적용한 후 출시한 아이폰15(왼쪽)과 에어팟 프로 2세대. 사진=애플코리아 제공

매일일보 = 최동훈 기자  |  최근 시장 지배력 강화의 관건으로 꼽히는 표준 선점을 위한 글로벌 기업간, 국가간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스마트폰, 전기차 충전규격, 배터리, 통신서비스 등 여러 산업분야에 걸쳐 ‘표준’을 둘러싼 글로벌 기업, 국가의 주도권 싸움이 치열하게 펼쳐지는 중이다.

애플은 지난 13일 출시한 최신 스마트폰인 아이폰15에 10년 넘게 고수하던 자체 충전규격(라이트닝 케이블)을 배제하고 C타입의 USB 단자를 적용했다.

유럽연합(EU)이 제조사에 따라 서로 달리 적용된 충전규격으로 인해 매년 수많은 충전 케이블이 버려져 환경을 오염하는 것으로 보고 규격을 통일시켰기 때문이다. 삼성과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를 다투던 애플의 콧대가 꺾이는 순간이라는 업계 평가가 나왔다.

애플은 스마트폰 사업을 영위해온 내내 자체 충전규격을 스마트패드(아이패드), 무선 이어폰(아이팟) 등 각종 모바일 기기에 일괄 적용해 왔다. 또한 각 제품이 서로 손쉽게 연동되도록 해 소비자들을 라이트닝 케이블이라는 ‘자체 표준’에 고착시켜 왔다. 고객이 충전 케이블 하나로 용도별 애플 기기를 모두 충전시킬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해 만족도를 높이려는 전략이다.

이번에 애플이 아이폰15에 USB-C타입을 적용한 것은 소비자 편익이 더 큰 ‘표준’으로 정부와 기업이 이동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 사례라는 분석이다. 실제 업계에서는 “더 빠른 충전속도와 호환성을 원했던 소비자들의 승리”(애플인사이더)라는 반응이 나온다.

스마트폰 뿐 아니라 전기차 시장에서도 최근 충전 표준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애플과 반대로 정부의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자체 충전 규격의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미국 켄터키주(洲)는 테슬라의 자체 전기차 충전규격인 NACS를 전기차 들이 표준처럼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이후 NACS를 의무화한 주가 추가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현지산 제품 사용을 유도하는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정책에 힘입어 테슬라 충전규격의 입지가 강화하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볼보 등 유력 완성차 브랜드들이 전기차 충전규격으로 경쟁사인 테슬라의 NACS를 채택할 정도다. 이는 미국 행정부가 바이 아메리카 정책의 일환으로 자국산 충전기에 보조금을 지급하며 사실상 테슬라를 지원한 결과라는 관측이다. 이 뿐 아니라 테슬라가 미국을 비롯한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차량·충전기 사업 1위 위상을 공고히 한 점이 표준 경쟁에서 기세를 높일 수 있었던 요인으로 분석된다.

현대차그룹은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유력 완성차 업체 6곳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NACS의 글로벌 표준화 움직임에 대응하고 있다. 7개사가 현재 채택한 충전규격 표준인 CCS와, NACS에 대한 고객 수요에 동시 대응할 수 있는 충전기 설치를 추진하며 표준 선점 경쟁에 대응하고 있다.

이밖에 현재 전기차 배터리, 6세대(6G) 통신규격 등 신성장 분야에 뛰어든 기업들이 자체 기술을 국제 표준으로 올려놓기 위해 경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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