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회의론 커지는 'ESG 만능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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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회의론 커지는 'ESG 만능주의'
  • 박규빈 기자
  • 승인 2023.09.03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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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종이 빨대·리유저블 컵 제공…그린 워싱 논란
"여성 이사제, 결과의 평등 요구…유능한 남성 역차별"
ESG의 비 합리·현실성이 드러남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회의론이 일고 있다. 사진=MCSI 제공
ESG의 비 합리·현실성이 드러남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회의론이 일고 있다. 사진=MCSI 제공

매일일보 = 박규빈 기자  |  전 세계적으로 ESG(Environmental·Social·Governance) 경영에 대한 회의론이 일고 있다.

3일 재계에 따르면 국제 경기 불황과 투자 심리 위축이 중첩돼 ESG 경영은 위기를 맞고 있다.

ESG는 환경·사회·지배 구조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강조하는 키워드다. 과거에는 재무적 정량 지표가 기업 평가 기준이었으나 현재는 ESG 경영을 바탕으로 한 비재무적 지표가 기업의 가치 평가에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EU)은 지속 가능 금융 공시법을 근거로 지난해 2월 '기업 지속 가능성 실사 지침(CSDD)'을 의결하는 등 전세계 기업 경영의 전제 조건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어 ESG의 영향력이 무시 못할 수준으로 커졌다.

하지만 시시각각 변화하는 글로벌 경영 환경에서는 ESG를 준수하기 어려워지면서 무리한 ESG 경영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우선 ESG의 첨두 문자인 'E'를 의미하는 환경과 관련, '그린 워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겉으로는 '친환경'을 표방하지만 실상은 환경 파괴적인 행동을 두고 나온 신조어로, 스타벅스 코리아가 대표적이다. 환경 보호를 명분으로 기존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 제품으로 바꾸자 소비자들은 "빨대가 흐물거린다"거나 "가정 통신문 맛이 난다"고 반발했다. 이에 스타벅스 측은 빨대의 강도를 조정한다며 화학 약품인 코팅액 배합 비율을 제고했다.

그러나 종이 빨대는 벌목을 통해 만들 수 있어 이 역시 환경 파괴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또한 나무 살리기에 동참하겠다며 플라스틱으로 만든 다회용 컵을 무료로 증정하는 행사를 열자 환경단체들은 스타벅스가 새로운 쓰레기를 양산한다며 그린 워싱에 혈안이 돼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독일을 위시한 유럽 각국 정부는 탈 원전이 친환경 정책에 부합한다며 ESG 예찬론을 펼쳤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폭등하는 등 시장이 요동치자 독일은 에너지 수입국으로 전락해 자국 내에서도 실패한 정책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공급망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겠다던 애플은 정작 하청 제조사인 폭스콘 테크놀로지가 공장 근로자들을 착취해 체면을 구겼다.

ESG는 기업의 향배를 결정 짓는 이사회 구성원에 대해서도 규제한다. 다양성 증진 차원에서 여성과 소수자 출신, 장애인 임원을 선임하도록 요구하지만 좁은 인력풀에서 이사를 선발하도록 기업들에게 압력을 가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기회 아닌 결과의 평등을 제도화 하는 것은 능력껏 높은 자리에 오른 인사에 대한 역차별이고, 검증되지 않은 인물을 이사회에 참여시킨다는 것은 경영권 침해라는 이유에서다.

국내에서도 기업 이사진 대부분이 남성으로 구성돼 있어 자산 총액 2조원 이상인 상장 법인의 이사회에는 여성 이사를 최소 1명 이상 선임하도록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 개정돼 시행 중이다. 이와 관련, 여성 등기 임원을 선임한 기업의 비율이 55.9%로 전년 대비 25.3%p 증가했다는 통계도 나와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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