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이국땅에서 고래싸움에 ‘새우’된 네슬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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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이국땅에서 고래싸움에 ‘새우’된 네슬레
  • 김형석 기자
  • 승인 2013.12.12 1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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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부 김형석 기자
[매일일보 김형석 기자] 남양유업이 지난달 29일 전남 나주 금천에 커피믹스 공장을 완공했다.

나주 공장은 연간 7200톤의 동결건조커피(FD)를 생산할 수 있다. 이는 커피믹스 50억개를 생산할 수 있는 양으로, 남양유업은 국내 커피믹스시장의 50% 점유율 목표로 내세웠다.

또한 남양유업은 이날 커피믹스 첨가물 중 80%를 차지하는 카제인과 인산염을 빼고 이를 식품원료로 대체한 ‘프렌치카페 카페믹스 누보(Nouveau)’를 출시해 지난해 카제인나트륨에 이어 또다시 ‘성분’ 싸움을 진행했다.

이에 커피믹스 시장 1위인 동서식품이 인산염에 대해 해명에 나섰다.

동서식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이미 ‘인산염’의 안전성을 입증했다며 남양유업이 노이즈 마케팅을 통해 위해성이 입증되지 않은 성분을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동서식품은 남양유업이 생산·판매하는 ‘어린이 치즈’에도 인산염이 첨가됐다고 맞받아쳤다.

양사는 이미 카제인나트륨 유해성 문제로 갈등을 빚은 뒤 싸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120조 매출을 올리고 있는 스위스계 다국적 식품업체인 네슬레는 적극적인 대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국내시장에서 철수한다는 설까지 나돌았다.

지난 10월에는 한국네슬레가 일본산 가공·원료식품 최대 수입 기업으로 꼽히기도 했다. 이 후 후쿠시마 인근에서는 수입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조사기관 AC닐슨에 따르면 올 상반기 네슬레의 커피믹스 시장점유율은 5년 전의 4분의 1 수준인 3.9%에 불과했다.

반면 동서식품은 79.9%를 기록해 확고한 1위를 점유하고 있고 지난 2010년 진출한 남양유업은 진출 첫해 0.01%에 불과했던 점유율이 올해 13.4%까지 상승했다.

네슬레는 남양유업이 진출한 2010년에도 13.2%의 꾸준한 점유율을 보였었다. 하지만 동서와 남양의 끝없는 싸움에 오히려 네슬레가 10% 포인트의 점유율을 잃었다. 고래 싸움에 새우가 피해를 본 격이 됐다.

지난 8월에는 네슬레 본사가 8000개 브랜드 중 매출 성장이 둔화한 브랜드 매각을 검토 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국네슬레의 커피믹스 사업이 기로에 설 것으로 보인다.

올해 말과 내년 초, 한국네슬레가 극적으로 국내에서 커피믹스 사업을 지속할지 아니면 오뚜기에 밀려 국내 사업에서 철수한 CPC·하인즈사와 같은 처지가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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