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빈손 국회' 비난이 두려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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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빈손 국회' 비난이 두려웠나
  • 이승구 기자
  • 승인 2013.12.08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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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부 이승구 기자

[매일일보 이승구 기자]여야 지도부가 지난 3일 늦은 밤 ‘4자회담’에서 극적으로 합의함에 따라 몇달간을 질질 끌어오던 대치정국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국회가 민생은 안중에도 없이 정쟁만 일삼다가 올해 국회가 문닫기 전에 ‘빈손’으로 끝냈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부랴부랴 합의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여야는 그동안 민주당이 지속적으로 주장하던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진상규명’에 대한 이른바 양특(특별검사제도 도입과 국가정보원 개혁특별위원회 신설) 수용 여부로 계속 맞서면서 정국이 냉각된 채 흘러왔다.

여기에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새누리당이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강행처리하면서 민주당이 다음날부터 정기국회 의사일정을 전면 보이콧 하는 등 양측의 대립은 극을 향해 달려갔으나 새누리당이 4자 회담을 제안하면서 여야는 국정원개혁특위 설치와 구성에 합의하면서 국회가 어느 정도 정상화 됐다.

일단 겉으로 보기엔 새누리당이 민주당이 주장하는 양특 중에 국정원 개혁특위 설치를 받아들이고 민주당에게 위원장 자리를 내줬고, 이에 민주당이 특검 논의를 차후로 미루면서 일단 겉으로 보기엔 여야가 그동안 팽팽하게 맞서던 것에서 한발짝씩 양보해 헌정 사상 최초의 ‘준예산 편성’ 사태를 극적으로 넘긴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여야가 이번에 합의한 내용은 이미 예전에 새누리당이 국정원개혁특위를 수용하겠다고 나섰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즉, 한달 전에라도 국회가 정상화될 수 있었는데 여야가 그동안 정쟁만 일삼으며 차일피일 미루다가 새해 예산안 처리도 못한채 민생을 등한시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부랴부랴 일단 합의한 것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여기에 양측 지도부가 합의한 국정원개혁특위에 대한 내용에 대해서도 자당 소속 의원들 뿐만 아니라 정치권 일각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무엇 하나 명확한 내용도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지난 9월 2일 정기국회가 시작된 이후 국회 본회의에서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처리된 법안이 단 한건도 없는 ‘제로국회’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어 이런 의견이 더 설득력있게 들리기도 한다.

여야가 뒤늦게라도 대치정국을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논의함으로써 평행선을 달리던 상황을 종식시키려 했다는 점은 정말 다행인 일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여야가 조금만 상대 당의 입장을 일찍 수용하고 시급한 현안들에 대해 먼저 차분히 생각하고 논의했더라면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정쟁에만 몰두하는 국회’라면서 ‘국회해산’ 발언까지 나오는 최악의 비난은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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