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별따기' 같은 대학기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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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별따기' 같은 대학기숙사
  • 이선율 기자
  • 승인 2013.12.01 15: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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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많지만 턱없이 부족…지방출신 학생 머물 곳 없어

[매일일보] 홍익대 미대 1학년에 재학 중인 김모양(20)은 1학기까지 경기도 과천에서 통학하다가 2학기 들어 자리가 나면서 기숙사에서 살고 있다.

홍익대 기숙사는 4인 1실로 비좁고, 시설도 다른 학교에 비해 매우 낙후되어 있지만 비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경쟁률이 치열하다. 홍대 기숙사의 재적생 대비 수용률은 4.1%로 서울 4년제 대학 중 가장 낮다.

▲ 홍익대 미대 1학년에 재학 중인 김모양(20)은 1학기까지 경기도 과천에서 통학하다가 2학기 들어 자리가 나면서 기숙사에서 살고 있다. 홍익대 기숙사는 4인 1실로 비좁고, 시설도 다른 학교에 비해 매우 낙후되어 있지만 비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경쟁률이 치열하다. 홍대 기숙사의 재적생 대비 수용률은 4.1%로 서울 4년제 대학 중 가장 낮다. 사진은 홍익대 기숙사 전경.<사진=이선율 기자>

이곳은 총 6층까지 있고, 300여명의 학생들이 이곳에 거주한다. 김양은 샤워시설이 지하 1개 뿐이어서, 불편함을 호소하면서도 이를 감수하고 학교 강의실과의 거리가 가깝고 비용도 저렴하기 때문에 기숙사에 계속 살고 싶다고 말했다.
 
홍대 기숙사의 입숙 자격은 보호자의 건강보험료와 성적, 거리 순으로 심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양은 “주소지와의 거리가 기숙사 입숙 요건에는 딱히 큰 영향을 주지 않는 것 같다”며 대구에 살고 있는데도 자취를 하는 친구들도 많다고 전했다.
 
서울시립대 공과대학에서 대학원 석사과정 2학기에 재학 중인 최모군(27)은 학부시절 4년 내내 장학생이어서 기숙사에 들어가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다. 현재까지 3년째 기숙사에 살고 있는 최군이 기숙사비로 내는 돈은 한 학기에 64만원 가량이다.
 
서울시립대는 기숙사 수용률이 7.4%밖에 되지 않는다. 외국인 학생들이 사는 국제학사의 경우 빈방이 항상 있지만 내국인 재학생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지방 출신인 최군은 학부생 시절 기숙사에서 살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원래 성적순으로 기숙사 입숙생을 정하던 시립대는 지방학생들이 많이 살게 된다는 이유로 선정 방식을 추첨 방식으로 바꾸었기 때문이다.
 
“3년째 부모님께 부담 덜 드리고 살고 있어 마음이 편하다”는 최군은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의 경우 기숙사에 살고 싶어도 어쩔 수 없이 원룸을 구해서 살고 있는데, 시립대 인근 원룸은 보통 월세 40만원 이상으로 기숙사비와 비교해 가격차이가 상당하다”고 전했다.
 
▲ 서울시립대는 다른 학교에 비해 기숙사 수용률이 7.4%밖에 되지 않는다. 외국인 학생들이 사는 국제학사의 경우 빈방이 항상 있지만 내국인 재학생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사진은 최모군이 살고 있는 2인 1실의 방 내부모습. <사진=이선율 기자>
 
다른 대학에 비해 턱없이 적은 기숙사 수용률을 나타내고 있는 시립대지만, 이 대학교의 예산과 운영에 대해 심의 권한을 가진 서울시의회 의원들은 “서울시민도 아니고 지방이 고향인 학생들에게 더 기숙사를 지어줄 수는 없다”는 논리로 기숙사 확충도 반대하고 있다고 한다.
 
한양대학교 공과대학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이모씨는 집이 서울이라 대학원에 가서야 기숙사 생활을 할 수 있었다. 한양대 기숙사는 학부생의 경우 한 학기에 70만원, 대학원생의 경우 80만원을 내야 한다. 2인 1실에 방마다 화장실이 있고, 세탁기는 공용으로 사용한다.
 
한양대의 경우 기숙사 입사생 선발조건으로 첫 번째가 비수도권 거주자이고 그 다음이 학점 우수자 순으로 선발하고 있는데, 지방 출신 학생들을 모두 수용하기엔 턱없이 기숙사 방 물량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씨는 “기숙사에 계속 떨어져서 자취방 구해 살았을 때는 생활비가 많이 나가서 방학 때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고, 다음 학기 성적이 전보다 많이 떨어졌다”며 “다음 학기에도 계속 있고 싶은 때 떨어질 것 같다”고 불안감을 내비쳤다.
 
1일 매일일보가 대학알리미를 통해 수도권 주요 대학의 올해 대학 기숙사 수용률을 분석한 결과 20%를 넘는 학교는 연세대, 성균관대, 서울대, 경희대 등 4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립대학 중 19개 학교는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용률을 보였다. 고려대 9.3%, 중앙대 9.1%, 동국대 7%, 서울시립대 7.4%, 홍익대 4.1%, 성신여대 3.7%, 동덕여대 3.2%, 광운대 1.7% 등이다. 
 
특히 지방에 분교를 두고 있는 학교의 경우 분교와 본교 간의 기숙사 수용률 격차가 2~3배 이상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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