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스티브 잡스가 말해준 고가 패딩의 해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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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스티브 잡스가 말해준 고가 패딩의 해답
  • 김형석 기자
  • 승인 2013.11.24 1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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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부 김형석 기자
[매일일보 김형석 기자] 최근 몇 년 전부터 겨울만 되면 중·고등학생에게 유행하는 옷이 있다. 바로 고가의 다운점퍼와 패딩점퍼다.

점퍼의 가격은 10만원대부터 100만원이 넘는 것까지 다양하지만 학생들은 가격 대별로 등급을 나눴다. 비교적 값싼 제품을 입고 다니는 학우는 일명 ‘루저’로 불리기도 한다.

올해도 고가 점퍼의 인기는 예외가 아니었다.

11월부터 갑작스러운 추위가 몰려오자 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서는 잇따라 관련 제품을 내놓았다. 강남 등 유명 백화점의 고가 제품들은 출시 단 몇일 만에 재고가 바닥나기도 했다.

특히 이마트가 지난 20일부터 이마트 트레이더스 구성점에서 판매한 프리미엄 패딩점퍼 캐나다구스는 판매 당일 대부분의 제품이 동이 났다.

이마트가 준비한 캐나다구스는 남극이나 북극의 영하 40도의 강추위를 버틸 수 있도록 제작된 고가의 패딩점퍼다. 가격은 최소 100만원대에서 200만원이 넘는 제품까지 있다.

100만원이 넘는 고가에 영하 40도에 입는 제품이 우리나라에 필요한지는 의문스럽다. 최근 몇 년간 영하 10도 밑으로 내려가는 날은 1년 중 단 몇일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날 한 방송사가 해당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와 한 인터뷰에서 그 해답을 추측할 수 있었다.

수많은 인파 속에서 제품을 구입한 한 소비자는 “비싼 만큼 옷맵시가 예뻐보인다”며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다”고 말하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결국 문제는 따뜻한 기능성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나 자신보다는 타인에게 보이는 나의 모습, 남이 보는 ‘시선’이 중요했던 것이다.

유학 생활을 오래했던 한 지인도 유학시절에는 옷에 대해 눈치를 본 적이 없었지만 귀국해서는 남들의 시선 때문에 매일매일 옷 고르는 것에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더러는 타인이 나의 옷에 대해 지적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타인의 시선을 중시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2011년 말부터 지난해까지 가장 많이 읽었던 책 중에 하나는 고(故) 스티브 잡스의 전기다. 이 책의 주인공은 2005년 스탠포드 대학 졸업 축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타인의 삶을 살 지마라. 타인의 걱정, 조언, 목소리, 편견, 사람들의 시선과 이목, 사람들에 평가 같은 것들이 자신의 가슴속 목소리를 막지 못하게 하라.”

단지 한때 유행에 떠밀려 잡스의 책을 산 것이 아니라면 오늘 집 구석에 있는 잡스 자서전을 다시 한번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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