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또 하나의 가족’이 전하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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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또 하나의 가족’이 전하는 꿈
  • 정두리 기자
  • 승인 2013.11.21 1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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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부 정두리 기자.
[매일일보 정두리 기자]“꿈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금융권 대기업 직원인데요.”

5년 전 청년층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웹툰 ‘무한동력’의 주인공인 장선재의 대사다.

‘무한동력’은 대기업 입사라는 막연한 목표를 가진 취업준비생 장선재가 수십 년째 무한동력 기관 개발에 매달리는 하숙집 주인아저씨를 보며 꿈과 열정을 되찾는다는 취업 도전기를 다룬 내용의 인기 웹툰이다.

이 만화는 취업과 미래에 대한 걱정에 사로잡혔던 당시 2030세대에게 우리시대 진정한 ‘꿈’에 대한 의문부호를 던지며 위로와 공감을 자아냈다.

그러던 추억의 만화가 최근 삼성에 의해 재탄생됐다.

삼성은 지난 12일부터 무한동력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드라마로 기획, 제작해 온라인에 방영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번 드라마 제작은 꿈을 위해 도전하는 젊은이들을 응원하겠다는 삼성의 청년 희망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미래를 도전하는 젊은이들의 ‘꿈’의 종착지는 삼성이다.

이미 삼성은 소위 말해 ‘누구나 가고 싶은 꿈의 직장’이 됐다.

지난 7월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대학생 747명을 대상으로 ‘일하고 싶은 기업’을 조사한 결과, 8.4%가 삼성전자를 일하고 싶은 기업으로 꼽아 조사를 시작한 2004년부터 10년 동안 1위 자리를 지켰다.
같은 달 재벌닷컴에 따르면 ‘샐러리맨이 일하기 좋은 대기업’ 평가에서 삼성전자가 역시 부동의 1위를 차지했다.

통계수치에 나왔듯이 어딜 가나 ‘삼성’이라는 타이틀은 부러움의 대상이지만 한편에서는 ‘애증’의 마음도 솟구친다.

올해 삼성은 안팎으로 부침도 많았다.

최근 논란의 중심이 됐던 삼성서비스센터 직원 자살 사건을 비롯해 삼성반도체 연구원 백혈병 문제, 삼성중공업의 태안유류피해지역 보상 줄다리기 등 연이어 벌어진 사건사고들은 초일류기업의 대한 기대치가 컸던 만큼인지 실망도 컸다.

앞서 이야기했던 무한동력의 초창기 팬이었던 친구들은 이번 드라마 제작에 관해서 “취업이 다가 아니라며 꿈을 이야기하던 무한동력이 삼성에게 판권을 넘기다니 왠지 씁쓸하다”, “삼성의 비인간적인 사건부터 해결해야 저런 드라마 제작이 떳떳할 텐데” 등의 성토를 이었다.

하지만 일부는 “정작 삼성 입사시켜주면 좋아할 거면서”, “자기 안위가 제일인 이 세상 아니겠냐” 등의 반박도 펼쳤다.

현재 젊은이들은 이러한 일상 속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아직도 고민 중일 것이다.

삼성에 대한 ‘애증’의 마음이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 건 1990년대부터 ‘또 하나의 가족’을 외치던 삼성의 광고 캠페인을 어린 나이에 너무 순수하게 받아들였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삼성이 버린 또 하나의 가족’ 증언대회가 열렸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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