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정치품격 떨어뜨린 ‘찌라시’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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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정치품격 떨어뜨린 ‘찌라시’ 발언
  • 이승구 기자
  • 승인 2013.11.17 12: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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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부 이승구 기자

[매일일보 이승구 기자]‘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문제가 이미 국민들 사이에선 너무 지루한 주제가 되어 핫이슈는 고사하고 관심에서조차 멀어져 가는 상황에서 집권 여당의 실세 의원이 한 발언으로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지루하게 질질 끌던 ‘대화록’ 논란이 핵심 인물인 문재인 민주당 의원의 소환 조사로 인해 수사가 일단락 되어가는 분위기였는데, 지난 주에 또 다른 핵심인물이었던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이 검찰에 출석해 조사받는 과정에서 했던 발언으로 인해 상황이 점점 꼬여가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13일 ‘대화록 유출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는데, 그는 이 자리에서 속칭 ‘찌라시’라 불리는 정보지를 통해 대화록 내용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소위 찌라시라고 하면 증권가 등에서 출처 없이 유포되는 각종 의혹성 정보를 말하는 것이다. 이를 함부로 유포했다가 문제가 된 경우도 적지 않을 만큼 신뢰성이 떨어지는 자료라고 여겨지고 있다.

그런데 지난 대선에서부터 지금까지 정국을 뒤흔드는 일대 사건을 일으킨 자료의 출처가 이 찌라시에서 가져온 자료였다고 발언한 사람이 다름 아닌 지난 대선 당시 새누리당 총괄선대본부장이었다. 더욱이 그가 현 정권의 실세이자 차기 대선을 노리는 관록 있는 정치인이라는 사실이 헛웃음을 치게 만들고 있다.

만약에 김 의원의 말이 사실이라면 여당의 대선책임자가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소위 ‘카더라 통신’을 근거로 전직 대통령을 모독하고 야당을 공격했다는 것이 되는데 이 발언을 납득할만한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특히 김 의원은 지난해 12월14일 부산 유세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에서 북방한계선(NLL)을 포기했다’는 취지의 문건을 낭독했고, 그가 읽은 내용은 회의록 원본과 대부분 일치하고 원문의 8개 항목, 744자와 비슷하다고 알려져 ‘찌라시에서 정보를 얻었다’는 김 의원의 발언을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김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을 듣고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한 라디오에서 “집권여당의 선거대책본부장이 찌라시를 짜깁기해서 발표를 했다고 하면 이건 찌라시에 의해 탄생한 ‘찌라시정권’”이라고 현 정권을 비꼬았다.

아직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김 의원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아직 단정짓기는 이르지만 결과가 어느 쪽으로 나오든 일단 그는 ‘찌라시’ 발언으로 대한민국 정치판의 품격을 코메디 수준으로 격하시켜버렸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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