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물가 상승의 흑막, 원자재 시장은 누가 움직이나  '얼굴 없는 중개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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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물가 상승의 흑막, 원자재 시장은 누가 움직이나  '얼굴 없는 중개자들'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3.05.25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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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김종혁 기자  |   출판사 시공사(대표 윤호권)의 경제경영, 인문사회 브랜드 알키가 공급망 위기, 물가 상승, 패권 전쟁의 진짜 원인인 ‘원자재’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중개자들을 다룬 <얼굴 없는 중개자들>을 출간했다.

삼성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배터리는 국산이지만 재료는 모두 수입이다. 현대자동차의 모든 자동차 역시 수입 철광석과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당신은 글렌코어, 트라피구라, 비톨이란 이름을 들어 봤는가. 이반 글라센버그, 마크 리치라는 이름을 들어 봤는가. 물론 생소할 것이다.

글렌코어, 트라피구라, 비톨은 세계 3대 원자재 중개 업체다. 이반 글라센버그는 글렌코어의 CEO, 마크 리치는 글렌코어의 전신인 마크리치앤드코의 창업자이자 ‘석유왕’으로 일컬어지는 전설적 중개자다. 삼성과 현대 뒤에는 이들이 있는 셈이다.

원자재 중개 업체와 중개자의 세계를 다룬 <얼굴 없는 중개자들>은 한국어판 발매 이전부터 이미 언론에 소개된 책이다. 공급망 위기와 물가 상승, 패권 전쟁 등의 원인 가운데 하나인 원자재 중개 업체와 중개자를 조명한 ‘첫 책’이라 그럴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를 거쳐 ‘블룸버그뉴스’까지 20여년간 원자재 전문 저널리스트로 활약한 하비에르 블라스와 잭 파시는 수많은 취재와 인터뷰, 비밀문서 분석 등을 통해 원자재 시장과 중개자의 모든 것을 공개한다. 그렇게 드러난 원자재 중개업체는 비상장 체제와 조세 피난처를 통한 거래, 독재 국가와의 비밀 거래 등 철저히 자신들의 모습을 숨기면서 어마어마한 수익을 독차지하는 존재였다.

오로지 돈과 권력을 위해 세계를 누비는 원자재 중개자들의 무시무시한, 불법과 합법 사이를 줄타기하는 현장으로 떠나 보자. 우리의 삶을 조종하는 그들의 진짜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 마치 스릴러 영화의 진범 얼굴을 본 것 같은 짜릿하고도 소름 끼치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 우리 삶을 좌지우지하는 원자재 중개 업체의 탄생과 현재
  • 그리고 그들이 끝까지 숨기고 싶어 했던 비밀

<얼굴 없는 중개자들>은 먼저 원자재 중개업체의 시조인 루트비히 제셀슨, 테오도어 바이서, 존 H. 맥밀런 주니어부터 현재 세계 3대 원자재 중개업체인 글렌코어, 비톨, 카길 탄생까지 원자재 중개업계의 발전 과정을 총 13장에 걸쳐 소개한다.

그렇게 리비아 ‘아랍의 봄’ 뒤에 있었던 비톨, (알루미늄 확보를 위해) IMF 대신 1980년대 자메이카에 자금을 지원해 정권을 바꾼 마크리치앤드코, 푸틴 장기 집권의 숨은 공로자인 군보르에너지 등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이 누구와 어떻게 거래했는지, 그 거래가 미친 영향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다.

취급하는 자원이 다르고, 국적과 언어 그리고 인종이 다른 원자재 중개자의 공통점은 선악의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오로지 이익만이 기준이다. 그렇기에 자신들의 ‘얼굴’을 철저히 지우고 중개에 임한다. 왜 그럴까. ‘떳떳하지 않은’ 중개일수록 이익이 크기 때문이다. 또 선악에 흔들리면 큰 이익을 얻을 수 없다.

이 책의 내용은 과연 자메이카와 러시아만의 이야기일까. 우리나라 역시 이들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젠 ‘공급망 위기’, ‘공급 부족’이라는 용어는 너무나도 친숙하다. 원자재 수입이 끊기면 한국 경제는 모든 공장과 가게가 멈춰 선다. 우리 식탁의 절반 이상이 사라진다.


이 책을 위해 블라스와 파시는 비상장으로서 공개 의무가 없는 원자재 중개업체의 재무 상황, 그들의 자회사 상황과 지배 구조, 거래 방식 등을 상세히 해부한 수천쪽의 자료를 수집해 분석했다. 그리고 20여년간의 취재와 실제 원자재 중개업체 경영자 인터뷰 내용까지 실었다. 당연히 원자재 중개업체와 중개자가 끝까지 숨기고 싶어 했던 내용들이다.

요사이 화두인 착한 소비, 지속 가능한 경영, ESG라는 요즘 트렌드의 대척점엔 원자재 중개업체가 있다. 그들은 기후 변화의 원인인 석유와 석탄으로 큰돈을 벌고, 독재와 아동 노동으로 탄생한 면화와 원두를 거래하기 때문이다. 당신이 착한 소비 혹은 윤리적 소비를 하고 싶다면, 윤리적 경영을 실천해야 하는 경영자라면 글렌코어나 카길이 어떤 곳이고, 이반 글라센버그가 어떤 인물인지 알아야 한다.

윤리적 문제뿐만 아니라 투자 측면에서도 그들을 알아야 한다. ‘브라질에 비가 내리면 스타벅스 주식을 사라’라는 책이 있다. 그런데 브라질에 비가 내리면 가장 먼저 움직이는 이들은 누구일까. 주식 시장과 투자자가 아닌 원자재 중개업체일 것이다. 그 누구보다도 빠르게 원두를 사들여 원두 가격을 조종할 테니 말이다. 어쩌면 스타벅스 주가는 브라질의 비보다 원자재 중개업체에 달렸다.

우리의 삶을 진짜로 조종하는 이들은 정부 기관, 거대 기업이 아닌 ‘얼굴 없는 중개자들’이다. 그들에 대해 제대로 알지 않는 한 윤리적 소비도, 성공적 투자도, 지속 가능한 미래도 불가능하다. 우리가 ‘얼굴 없는 중개자들’의 얼굴과 마주해야 하는 이유다. 그들에 대해 가장 노골적이고 집요한 신상 정보가 담긴 유일한 책이 바로 "얼굴 없는 중개자들"이다.

 저자 하비에르 블라스(Javier Blas), 잭 파시(Jack Farchy)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원자재 담당 기자를 거쳐, 지금도 원자재 저널리스트로 블룸버그뉴스에서 활동하고 있다. 원자재의 생산과 이동, 소비에 대한 의문을 바탕으로 카자흐스탄, 코트디부아르부터 미국, 중국 등 원자재가 있는 세계 곳곳을 직접 취재해 기사를 썼고, 원자재 거래 뒤에 숨은 업계 실상을 알리는 데 노력했다.

이들이 취재한 업체는 세계 최대의 곡물 중개 업체인 카길, 광물 중개 업체 글렌코어 등이며 그 밖에도 매출 및 자산 규모가 여전히 미공개인 수많은 업체의 경영자들을 직접 인터뷰했다. 이 책은 평생 원자재 거래의 내막을 취재해 왔던 이들의 이야기가 담긴 첫 책으로, 원자재 중개 산업의 인물과 업체를 본격적으로 다룬 첫 책이기도 하다.

역자 김정혜는 한양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필라델피아 커뮤니티칼리지 SLP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실리콘밸리 리더십 △부자의 사고법 △최강의 조직 △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 △앞서가는 조직은 왜 관계에 충실한가 △이제 우리의 이야기를 할 때입니다 △아마존처럼 생각하라 △긍정적 일탈주의자 △이젠 내 시간표대로 살겠습니다 △브로토피아 등이 있다.

 



좌우명 : 아무리 얇게 저며도 양면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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