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뜩한 삼성의 ‘셀프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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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뜩한 삼성의 ‘셀프 배려’
  • 이선율 기자
  • 승인 2013.11.13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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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대부분의 학생이 재벌가 자녀로 채워진 명문 사립 귀족학교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상속자들’의 이야기가 현실화될 모양이다. 삼성이 내년 3월에 충남 아산에 삼성 임직원들을 위한 자율형 사립고(자사고)를 설립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 세워질 ‘충남삼성고등학교’는 일반전형과 사회적 배려대상자 전형을 30% 정도만 배정하고 나머지 70%를 임직원 자녀를 특별전형으로 뽑는다. 또 삼성고의 학생 1인당 연간 학비는 842만원 가량으로 웬만한 대학 등록금보다 더 비싸다.

충남도의회와 교육‧시민단체에서는 삼성고 설립에 대해 “성적이 우수하고 부모의 경제적 능력도 뒷받침 되는 학생들이 이곳에 쏠리면서 관내 일반계 고등학교에서는 ‘우수 학생 공동화 현상’이 심해져 고교 서열화를 부추기고 공교육을 마비시킬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이에 삼성 측은 “자녀 교육 환경이 열악한 지역에서 근무하는 임직원들의 생활 안정을 위해 불가피하게 삼성고를 설립했다”며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이지만 잘 납득은 되지 않는다. 삼성 측이 내세운 설립 의도가 ‘삼성인’들만을 위한 ‘셀프 배려’로 들리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아들의 입학 성적 조작이 드러나 엄청난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던 ‘영훈국제중’입시비리 사건이 채 1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삼성고등학교’설립 인가 및 자사고 승인 과정에 현행법 위반과 특혜 의혹이 나오는 것을 보면 삼성그룹 상층부가 이제는 일반 국민의 시선 따위는 안중에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드라마 ‘상속자들’의 주인공들은 부모로부터 상속받은 것에 따라 ‘경영’, ‘주식’, ‘명예’, ‘사회배려자’로 노는 물이 갈린다. 이중 편부모 자녀나 경제적 소외계층 등을 일컫는 ‘사회배려자집단’으로 뽑힌 주인공의 친구는 스스로를 ‘불가촉천민’이라고 말한다.

특히 괴롭힘 당하고 쓰러져 있는 또 다른 ‘사회배려자 전형’의 친구를 위로해주려는 여 주인공을 말리며 제국그룹 상속자가 충고랍시고 내뱉은 “약자는 약자 편에 서면 약자들이 될 뿐이야”라는 말은 ‘약자들의 연대로 세상을 바꿔나갈 수 있다’는 믿음을 소셜 판타지로 비하한다.

드라마에서는 재벌 아들이 가난한 주인공을 ‘배려’해 이 학교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으로 갈등이 무마되지만, 드라마의 현실판이라 할 삼성고에 다니게 될 30%의 ‘사회배려자 집단’학생들이 어떤 학창시절을 보낼지를 생각하면 섬뜩한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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