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87년 체제’에 갇힌 헌법 정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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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87년 체제’에 갇힌 헌법 정비해야
  • 고수정 기자
  • 승인 2013.11.12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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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부 고수정 기자
[매일일보 고수정 기자] 개헌 논의가 정치권을 맴돌고 있다. 스스로를 ‘개헌전도사’로 자처한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 등이 속한 ‘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은 지난 8일 내년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 투표를 동시에 진행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 개헌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의견들이 적지 않아 개헌 논의에 불이 붙을 전망이다.

대통령 5년 단임제를 골간으로 하는 현행 헌법은 26년 전인 1987년 개정됐다. 군부 독재에 종지부를 찍은 그 당시에는 독재 권력의 장기집권을 막는 장치를 헌법에 담는 것이 최고의 가치로 여겨졌었다.

그러나 5년마다 정권이 바뀌면서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가 고스란히 드러났으며, 단임제로 인해 책임정치를 구현하는데도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연유에서 중임제로의 개헌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다만 개헌 제의가 정략으로 비치거나 적절한 시점을 잡지 못해 논의에 힘이 실리지 않았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임기 말 ‘원포인트 개헌 제의’는 2007년 당시 대선 판을 흔들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친이계가 개헌을 주장했지만 특정정파의 이익을 도모하는 것으로 비치면서 동력을 얻는데 실패했다.

여야 정치권 모두 대통령의 폐해에 대해선 기본적인 공감대를 나타내고 있다. 올해 들어 여야가 개헌논의기구 설치에 합의하고 ‘개헌 추진 국회의원 모임’이 출범한 것도 이러한 공감대에 기반을 두고 있다. 강창희 국회의장 역시 제헌절 경축사를 통해 내년 상반기에 개헌을 공론화해야 한다고 입을 열었다. 이들의 움직임은 정치권의 해묵은 과제를 19대 국회에서 풀어보자는 취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여러 여건이 조성된다고 하더라도 권력구조 개편 등 개헌의 내용은 쉽게 넘을 수 없는 산이다. 개헌은 일단 논의가 시작되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파괴력이 큰 사안으로 현 정부 출범이 1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헌을 공론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정치권의 시각이다.

하지만 정치권이 우물쭈물하다 적기를 놓치는 실수를 범해서도 안 될 것이다. 정권 후반기에 접어들 경우 레임덕에 빠져 개헌 추진이 불가능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헌법은 나라의 기틀이다. 너무 자주 바꿔서는 안 되지만 ‘87년 체제’에 갇힌 헌법을 지금의 시대상에 맞게 정비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동안 개헌이 정쟁의 도구로 전락해 온 만큼 정치권은 이번 개헌 논의를 위해 특위 등을 구성, 정파 간의 이해관계나 국론분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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