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증권사 애널리스트 '분석'과 '찍기'는 한 끗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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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증권사 애널리스트 '분석'과 '찍기'는 한 끗 차이
  • 박동준 기자
  • 승인 2013.11.05 1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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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주요 기업들이 3분기 실적 발표를 하면서 어닝 시즌도 마무리되고 있다.

개중에는 시장 전망을 뛰어넘는 ‘서프라이즈’한 실적을 발표하는 기업도 있지만 전망치를 크게 밑도는 ‘쇼크’를 기록한 기업 역시 매분기 존재한다. 이때마다 시장 전문가들의 장밋빛 전망을 질타하는 언론 보도가 자주 등장한다.

실제로 지난 수치들을 살펴보면 전문가들의 전망은 맞는 경우보다 틀린 적이 훨씬 많았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05년 이후 지난해까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연간 순이익 예상치가 실제치를 넘긴 적은 2010년 단 한차례 밖에 없다. 같은 기간 예상치는 실제치 대비 평균 17.4%를 밑돌았다. 최근 3년간을 놓고 살펴보면 예상치가 실제치 대비 12.8% 높았다.

이번 분기 시장 전망을 보기 좋게 엇나간 기업은 삼성엔지니어링과 우리금융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삼성엔지니어링이 상반기 부진을 딛고 이번 분기에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고 우리금융 역시 전분기 대비 개선된 실적을 내놓을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결과는 삼성엔지니어링은 대규모 적자를, 우리금융은 전분기 대비 급감한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시장 전문가로 대표되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명확한 검증 없이 기업 설명에만 의존해 전망치를 작성해 오차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물론 해당 지적은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공정공시제도에서 애널리스트들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루트가 기업탐방 등을 통한 회사 관계자들의 설명뿐이란 것을 감안하면 위의 지적이 억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불과 며칠 전까지 아무런 언급이나 뉘앙스조차 없던 기업이 실적을 전망치와 엄청 차이나게 발표해 버리면 그날은 전화받기가 두렵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의 말과 같이 두 회사 모두 사업 본질에서 큰 문제가 발생한 것이 아닌 일회성 비용의 증가가 실적을 뒤바꿔 버린 것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박중흠 신임 사장이 취임하면서 대규모 ‘빅배스’를 통해 기존 부실을 떨궜다. 우리금융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내년 민영화에 앞서 부실 자산에 대한 충당금을 대거 설정한 것이 실적 악화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다.

예측 전망은 ‘신의 영역’이라는 말도 나오는 상황에서 그나마 합리적인 추정의 논거로 사용되는 회사 측 설명이 손바닥 뒤집듯 한 순간 바뀌면 이미 그 추정은 ‘찍기’로 변하게 된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분석 보고서가 정보적 약자인 개인투자자들을 위해 작성되는 것인 만큼 기업들의 신뢰성있는 태도부터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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