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LG·SK·삼성, IRA 대응 투자 확대… 세부지침 美 정계 반발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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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LG·SK·삼성, IRA 대응 투자 확대… 세부지침 美 정계 반발 변수
  • 이상래 기자
  • 승인 2023.03.30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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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재무부 백서, 양극재·음극재는 부품 아닌 ‘광물’로 해석
中, 인니, 아르헨서 수입한 광물로 한국 생산 보조금 수령
LG, 美애리조나 7조원 공장 건설… SK·삼성도 북미 공장 건설
사진은 LG에너지솔루션 오창에너지플렌트 전경. 사진=LG엔솔 제공
사진은 LG에너지솔루션 오창에너지플렌트 전경. 사진=LG엔솔 제공

매일일보 = 이상래 기자  |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이르면 오는 31일(현지시간)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IRA 세부지침은 우리나라 전기차 및 전기차 배터리 기업들의 글로벌 전략을 바꿀 정도로 초미의 관심사다. 글로벌 전기차 생태계 산업을 주도하겠다는 우리나라의 산업계로서는 미국과 유럽의 우선순위에 따른 ‘기회비용’도 고려해야할 상황이다.

일단 배터리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IRA의 전기차 세액공제 조항 가운데 ‘배터리 부품 요건’과 ‘핵심 광물 요건’에 대한 해석이다.

미 재무부 백서에 따르면 ‘배터리 부품 요건’은 올해부터 전기차 배터리 전체 부품 가치 중 50% 이상이 북미 지역 안에서 제조 또는 조립되는 경우에만 3750달러의 세액공제를 부여하도록 규정했다.

여기서 백서는 양극재와 음극재를 배터리 부품이 아닌 ‘핵심 광물’로 분류했다. 부품으로 분류될 경우 양극재와 음극재를 북미에서 만들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고 광물로 분류되면 굳이 북미에서 만들지 않아도 세액공제가 가능하다.

‘핵심광물 요건’에선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광물의 40% 이상을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추출·가공해야 3750달러의 세액공제를 받도록 명시했다. 재무부 백서에 따르면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서 추출한 광물이라도 FTA 체결국에서 가공해 50%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경우엔 원산지를 FTA 체결국으로 판단한다고 명시돼있다.

이는 중국, 인도네시아 등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서 수입한 광물을 미국과 FTA 체결국인 한국에서 가공해서 IRA가 정한 부가가치 기준을 충족하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포스코홀딩스는 아르헨티나 소금호수 근처에 연산 2만5000톤 규모 수산화리튬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아르헨티나에서 확보한 리튬을 미국이나 국내로 들여와 가공하면 IRA 세액공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변수는 미국의 정치권과 배터리 업계 반발이다. 미국 정치권에선 이러한 IRA 세액공제가 우리나라 기업에게 유리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는 핵심 광물과 배터리 부품의 정의를 한국 등에 유리하게 일부 변경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공격적인 생산시설 확장에 나서는 미국 배터리 부품·소재업체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조 맨친 민주당 상원의원은 재무부 백서는 이런 입법 취지에 반하는 것일뿐만 아니라 미국의 에너지 안보를 위협하고 해외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맨친 상원의원은 IRA 전기차 보조금과 관련해 한국 등 외국 기업의 수혜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해온 대표적 정치인이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자동차 업계가 세제 혜택 대상이 되는 광물·부품의 분류 방식 등에 대한 내용이 지침에 담겨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IRA에 대응하기 위해 북미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LG에너지솔루션이다. LG엔솔은 지난 24일 미국 애리조나주 퀸크릭에 7조2000억원을 투자해 원통형 배터리와 ESS(에너지저장장치)용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공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단일 기업으로는 최대 규모의 배터리 생산 공장 건설 투자 계획이다. 심지어 당초 투자계획(1조7000억원)보다 4배 넘게 투자금액을 늘렸다. LG엔솔 관계자는 이번 투자에 대해 “미국 IRA 시행에 따라 북미 지역 내에서 고품질·고성능 배터리의 안정적인 공급에 대한 고객들의 요청이 크게 증가했다”며 “이에 따라 기존 계획했던 투자를 대폭 확대해 고객 및 시장 수요에 적극 대응해 나가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LG엔솔은 이번 투자로 북미 지역에서 총 7개의 생산기지를 확보하게 됐다. 2026년까지 LG엔솔이 북미 지역에서 확보한 총 배터리 생산량은 293GWh로 글로벌 최대 규모다.

SK온은 포드와 합작해 총 114억달러(약 14조8000억원)를 투자해 미국 켄터키주 글렌데일과 테네시주 스탠튼 두 지역에서 배터리 공장 3개를 건설하고 있다. SK온은 현재 독자적으로 미국 조지아주에서 1, 2 공장을 운영해 21.5GWh 생산능력을 확보한 상태다. 포드와의 합작공장이 완성되면 SK온은 북미에서 총 150GWh 생산능력을 확보한다. 또한 SK온은 북미 배터리 시장 공략을 위해 현대자동차그룹과 손을 잡았다. SK온은 2025년부터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주요 전기차 공장에 배터리를 공급한다.

삼성SDI도 북미 배터리 공장 건설에 나서고 있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 함께 미국 인디애나주에 연간 23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는다. 삼성SDI는 최근 제너럴모터스(GM)와 미시간주에 배터리 합작 공장을 짓는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업계에서는 해당 공장의 연간 생산량이 30~50GWh 규모로 투자액은 3조원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소재 기업인 LG화학도 북미 투자에 나섰다. LG화학은 4조원을 투자해 미국 최대 규모의 양극재 공장 건설에 나서고 있다. LG화학은 테네시주 클라크스빌 170만여㎡ 용지에 30억달러 이상을 단독 투자해 연간 12만톤 규모 양극재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LG화학은 국내 배터리 소재 업체 중 최초로 북미산 리튬 정광을 확보했다. LG화학은 지난달 미국의 피드몬트 리튬과 20만톤 규모의 리튬 정광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핵심 시장인 미국에서 선제적으로 원재료를 확보하며 고객에게 IRA 기준을 충족한 제품을 제공하는 등 차별화된 가치를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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