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들의 전쟁'… 속속 드러나는 전세사기 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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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들의 전쟁'… 속속 드러나는 전세사기 전모
  • 권영현 기자
  • 승인 2023.03.30 1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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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억원 가로챈 건축왕 공범 3명 구속… 277억 편취 컨설팅업체 대표 송치
'강서 빌라왕' 배후 "범행 사실 인정하지만 주범 아냐" 재판서 책임 떠넘기기
수십~수백억원대 전세보증금을 편취한 전세사기 '왕'들이 속속 검거되며 재판에 넘겨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인천 미추홀구의 한 아파트에 걸린 현수막. 사진=연합뉴스
수십~수백억원대 전세보증금을 편취한 전세사기 '왕'들이 속속 검거되며 재판에 넘겨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인천 미추홀구의 한 아파트에 걸린 현수막.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권영현 기자  |  세입자들의 전세보증금을 노리고 전세사기 범죄를 저지른 ‘건축왕’, ‘빌라왕’과 그 배후들이 검거돼 재판에 넘겨지고 있다.

최근 인천에서 100억원대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른바 ‘건축왕’ A씨의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인천지검 형사5부는 지난 21일 공인중개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공인중개사 2명과 중개보조원 등 3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작년 1~7월 사이 인천 미추홀구 A(61)씨 소유 공동주택에 전세계약을 체결한 세입자 34~55명의 보증금 25~65억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앞서 A씨를 구속기소하고 범행에 가담한 재무담당 직원, 공인중개사 등 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A씨는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161채의 전세보증금 125억원을 가로챈 혐의 등을 받았다.

건축업자 A씨는 2009년부터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명의를 빌려 토지를 사들여 자신이 운영하는 종합건설업체를 통해 소규모 아파트와 빌라 등을 직접 지었다. 이후 준공 대출금과 세입자들의 전세보증금 등으로 신축 비용을 충당하는 방식을 이용해 2700여채의 주택을 보유했다. 지난달 기준 A씨 소유 주택 중 690세대가 경매에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에서는 125명으로부터 277억원 상당의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혐의(사기 등)를 받는 부동산컨설팅 업체 대표 B씨와 사내이사 등 3명이 검찰에 넘겨졌다. B씨 일당은 서울 관악구와 영등포구 등 수도권에서 집값에 준하는 전세 보증금을 받아 또다른 주택을 사들이는 깡통전세 수법을 이용했다.

한편 2021년 사망한 ‘강서 빌라왕’ 정모씨의 배후로 지목돼 재판을 받고 있는 부동산컨설팅업체 대표 신모(39)씨와 빌라 매수인 김모(50)씨는 범행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5일 열린 2회 공판에서 신씨의 변호인은 “피고인은 객관적 사실은 모두 인정하고 다수의 피해자가 나온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김씨가 시세차익을 주도했다. 공인중개사 자격을 가지고 분양 받으며 주변에 재력을 과시한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씨 변호인은 “최초 신씨가 명의를 빌려달라는 부탁을 받고 대여해주며 사건에 가담했다”며 “리베이트 배분 등 공모 관계에 대해서는 다툼이 있다”고 반박했다.

신씨는 바지 집주인을 여러명 두고 무자본 갭투기 방식으로 수도권 일대에서 임차인 37명의 보증금 80여억원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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